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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탤버트 <Over the Rainbow>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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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니즘과 쇼비니즘으로 떡칠이 된 고도자본사회의 부산물 중 하나는 냉소다. 나를 냉소하고 남을 냉소함으로써 삶과 세상의 비의로부터 초탈하는 것. 때문에 하마터면 이 깜찍한 소녀에게도 나는 냉소를 던질 뻔했다. 거 왜 흔히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이렇게' 등장한 스타의 이면에는 항상 거대한 자본논리가 구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을 거라고, 특히나 그 정점에 있을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만들어냈다면 더더욱 그러할 거라고. 물론 때로는 그 냉소가 받아 마땅할 자들에게 향한다. 하지만 마땅하지 않은 자들에게 향하는 경우도 있다. 마땅함과 마땅하지 않음, 그 차이를 섬세하게 구분하기에 우리의 오감은 범람하는 자극에 너무 지쳐있다. 그건지 아닌지 일일이 찍어 먹어보기엔 너무 바쁘고 피곤한 상태다.


  인형가게에 당장 내놓으면 10초안에 팔릴 이 깜찍한 여덟살배기 아가씨를 어떻게 봐야만 하는 걸까? 새로운 신동의 탄생? 쇼 비즈니스의 끝판왕? 단지 또 하나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 답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음반의 내용물에 집중하면 금새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솔직히 'Over the Rainbow'를 듣고 부끄러웠다. '꼬마치고는'라는 표현보다는 '꼬마이기에'라는 편이 더 잘 어울린다. 진정성이 화제성을 압도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 코니의 노래는 근래 등장한 어떤 어른들의 노래보다도 가창에 힘이 집중되어 있다. 앨범 컨셉트상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곡이 지닌 묘와 놓쳐선 안될 키 파트를 놓치지 않고 살려낸다는 점은 신기하고 놀랍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전설적인 열 다섯 가지 올 타임 명곡에 여덟살 코니가 반응하는 방법이다. 원곡의 부름새를 어느 정도 흉내내면서도 자기 나름의 일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I Will Always Love You'의 경우가 그렇다. 돌리 파튼보다는 휘트니 휴스턴을 흉내내는데 더 가까운 이 트랙에는 어린아이치고 놀라운 감정처리와 어린아이라서 어림없는 한계가 (특히 브릿지 부분) 공존한다. 허나 결과적으로는 전자와 후자가 케미스트리를 내며 특색있는 독립된 노래로 '완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해운대 백사장의 모래알만큼 널리고 널린 꼬마가수들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보인다. 이는 애를 어른처럼 말하고 몸짓하게함에 바쁜 '세대 압축' 마케팅이 횡행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되려 부끄러워 마땅할 것은 그 가장 청정한 요체를 접하기 이전에 미리 선입견부터 가지려는 우리의 관성, 그리고 이런 TV 주도의 화제성 이슈가 동반하기 전에는 좀처럼 음악을 위해 지갑을 열지않는 우리의 참 더디고 인색한 손일 것이다.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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