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언 대 프레데터
낙농콩단

에어리언 대 프레데터

by 김영준 (James Kim)

  이쯤 되면 대의 민주주의는 결정적 한계에 봉착하였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다. 그러니까 한쪽 후보는 에어리언이고 다른 한쪽 후보는 프레데터이다. 에어리언이나 프레데터에게 많은 사회 구성원들을 대표할 자격이 있느냐면 쉽게 답할 수가 없다. 이들이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에 따라 후보로 선출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극성적인 일부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그들을 대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극성 지지층의 결합은 괴물을 후보로 만들거나 후보를 괴물로 만든다.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바야흐로 괴물의 시대인 것이다. 영 내키지 않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딜레마는 늘 있어 왔지만, 한쪽이 '에어리언'이고 다른 한쪽이 '프레데터'라면 차라리 '바보'와 '멍청이'를 두고 하나를 골라야 하던 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에어리언 대 프레데터. 어느 쪽이 낫다고 우열을 가릴 상황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지식, 경험, 능력, 도덕성, 인품, 정책, 비전 등에 대한 평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람들도 언론들도 엉뚱한 이야기에만 열을 올린다. 흉포한 힘에 있어서 에어리언은 강철문도 부술 수 있고 프레데터는 콘크리트도 박살 낼 수 있다. 둘 다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빠르고 날렵하게 이동하는 포식자들이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게 지금 중요한가?)

 

  에어리언과 프레데터 중 어느 쪽이 당선되어도 낙관적이지 않다. 분열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예전처럼 그냥저냥 흘러가겠지 하는 체념으로 이겨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누가 뭐래도 에어리언은 에어리언이고 프레데터는 프레데터니 말이다. 이유는 다를지언정 결론은 같다. 대단히 위험한 사람들이다. 어느 정도로 위험하냐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거나 여차하면 임기를 셀프로 연장하려고 만큼 위험하다. 에어리언이 다른 사람 말을 듣겠는가? 혹은 프레데터가 다른 사람 말을 듣겠는가? 그러면 누가 무슨 수로 에어리언에 맞설 것이며 프레데터에 맞설 것인가? 에어리언은 사람의 피부와 뼈를 뚫는 혀를 가졌다. 프레데터는 맨 손으로도 사람을 해칠 수 있다. 그럼에도 꼭 이 둘 중의 하나로 결정을 해야하는지 누가 봐도 이상하다. 이쯤 되면 투표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비난하기도 어렵다. 진정 다른 방법은 없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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