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에이 아이: 슈퍼토이를 긴 여름이 오기전에 완성해야 할 이유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1. 4. 25.

본문

  K 박사님이 외동딸을 대체할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있단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 대목에서 그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이 연구소가 온전히 그의 소유이거나 그가 모든 연구를 온전히 사비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떤 월급쟁이가 저렇게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누구도 그런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는데 정말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하겠냐는 생각에서다. 생각해보라. '어린 딸'을 '로봇'으로 대체해야 할 사연이 무엇일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이유를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다들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쉬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이틀 전, 그러니까 이번 주 월요일이었다. 그러니까 K 박사님의 외동딸이 연구소에 나타나는 황당천만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놀랄 일은 또 있었다. 문제의 휴머노이드는 네 살 정도의 어린 아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는 중이었는데 문제의 외동딸은 무려 열 살이나 더 먹은 열네 살이었기 때문이다. "딸이 하나가 아니었어?" 직원들이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 맞습니다." 인사팀의 누군가 확인해주었다. "이름도 하나입니다." 다른 인사팀 직원이 한 마디 덧붙였다. 열네 살 하나는 K 박사님의 오피스에 들어가서 한바탕 드라마를 찍었다. 오피스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부녀가 다투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열네살 하나가 씩씩거리며 문을 쾅 닫고 나가자 우리는 모두 K 박사님과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 자리를 피했다. 탕비실에 숨었다가 그 댁 자초지종을 조금 아는 누군가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정확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열네살 하나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중학교 2학년이다. 둘째, K 박사님은 가족 여름 휴가에 딸을 데려가려고 하는데 딸이 격렬하게 거부하고 있다. 셋째, 그래서 그는 말 잘 듣던 어린 딸을 슈퍼토이로 되살려 중학교 2학년인 진짜 딸을 대신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가급적 긴 여름이 오기 전에 완성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2021년 04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