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 과자고르기
낙농콩단

우유부단 과자고르기

by 김영준 (James Kim)

  K는 몇 년 만에 동아리방에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한참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때라서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그래도 빈 손으로 가기엔 멋쩍으니... K는 신촌 그랜드마트에 간다. 간식거리라도 좀 들고 가려는 것이다. 뭘 사가지고 가면 좋을까? 적절한 데다가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유부단하기로는 서울특별시에서 제일가는 K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둥근 정이 담긴 초코파이. 사실 굉장히 맛있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지만 너무 달기 때문에 망설여지고. 또 남을 가능성이 있으니. 엄마의 정성이 담겼다는 엄마손 파이. 사실 끈적거리고 그다지 맛있는 편은 아니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잖아. 초콜릿 종류 싫어할 사람도 있을 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 맞아. 가끔 동아리 방에서 엄마손 파이의 봉지가 발견되곤 했었지. 어쩌면 부드러운 카스타드 케이크. 달지 않고 좋지만 좀 빡빡해서. 너무 목이 막힌다고 다들 음료수 찾지는 않을까? 혹시라도 음료수가 모자라면 안되잖아. 그렇다면 초코파이와 쌍벽을 이루는 오예스. 초코파이보다는 솔직히 더 맛있지. 부드럽고 달콤하고. 나도 집에 쌓아놓고 먹는 간식이고. 그렇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아니면 럭셔리 과자의 선두주자 버터와플. 인원에 비해서 양이 적지 않을까? 차곡차곡 쌓인 얇은 과자의 겹 위에 달콤한 과일 잼이 얹힌 후렌치 파이. 옛말에 궁하면 후렌치파이라고 여간해서는 싫어하는 사람을 드물기로 마땅히 사갈 거 없으면 딱 좋은 과자인데. 가격대 성능비로 볼 때 나를 두 번 죽이고도 남을 칙촉. 맛도 있고 굉장히 부드러운데 인원수에 맞춰 사가려면 지갑을 탈탈 털어야 할 테지. 초코파이의 아류로 시작한 몽쉘통통. 덜 부드럽고 더 느끼해서 개인적으론 선호하지 않지만 가끔 단 맛이 덜하다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더군. 그야말로 미적지근한 과자 크라운 산도. 먹어도 먹은 것 같지도 않고 사간다고 표가 나는 것도 아니고. 달지 않고 맛있는 케이크 오뜨. 겉으로 보기에 달 것 같은데 하나도 안 달지. 그런데 주변에 오뜨에서 나는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종종 있더라고. 아, 도대체 뭐가 좋을까? 

 

(200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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