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별나고 이상한 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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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나고 이상한 꿈에 관하여

by 김영준 (James Kim)

  내게는 별나고 이상한 꿈이 있었다. 본업인 연구원으로 성과를 내면서 동시에 과학 소설로도 어느 성과를 내는 것이다. 평생에 걸쳐 이런 꿈은 비웃음을 사기 일쑤였고 별종 취급을 받는 일도 허다했다. 위험한 오해의 가능성도 있었다. 팩트에 근거한 본업을 수행하는 과정에 픽션을 다루는 부업의 성향이 발현될 거라 의심을 산다면 그거 참 큰 일 아닌가 (누가 그런 의심을 하느냐고? 여기 뉴스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어떻게든 남의 약점을 찾아내고 깎아내리길 참 좋아한다. 정말이다!). 그래서 이런 꿈에 대해서는 아예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였다. 평생을 숨기고 살았다. 클라크 켄트나 브루스 웨인이 이중 생활을 하는 것처럼? 아니 어쩌면 덱스터 모건이나 배리 버크먼이 상충하는 두 가지 아이덴티티를 가진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꽤 그럴듯하지 않은가. 낮에는 과학 논문을 쓰고 밤에는 과학 소설을 쓰는 남자. 과학자와 과학 소설가를 꼭 서로 상충하는 꿈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사이언스 픽션을 가능함에 대한 예술이라고 말했다. 불가능함이 아니라! 또한 이 대목에서 아서 C. 클라크의 유명한 말도 함께 인용할 필요가 있다. 마법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과학일 뿐이라는. 

 

  아직은 트위터 계정이 있던 시절, 그러니까 트위터가 지금처럼 회사도 팔리고, 이름도 이상하게 바뀌고, 완전히 맛이 가기 전에, 이런 트윗을 남긴 전이 있었다. 아마 2010년대 초반의 일인데, 다시 보니 거의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테드 창은 연구하다 가끔 소설을 쓴다지. 나는 소설 쓰다가 가끔 연구를 해.

 

  솔직히 고백하면 몇몇 해외 사이언스 픽션 잡지에 투고를 한 적도 있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나는 평생 스스로 연구원으로 재능이 있는지를 의심하며 살아왔는데, 그래도 학술 논문은 세 번 투고하면 한 번은 게재가 된다. 게재에 실패한 나머지 두 원고도 결국 돌고 돌아 다른 어느 저널에는 출판된다. 그런데 과학 소설은 세 번 투고하면 세 번 다 어김없이 거절이 된다. 돌고 돌아도 어디에도 실리지 못한 원고가 이미 한 트럭이다. 출판물의 성격, 전체 출판 기회의 총량, 심사 기준과 방법 등 두 분야의 다양한 차이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렇다. 그리하여 이런 충격적 결론으로 향하게 된다. 어쩌면, 연구를 하는 쪽이 그나마 먹고 살 수는 있는 길이 아닌가 하는. 

 

(202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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