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광고, 그리고 가독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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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광고, 그리고 가독성에 관하여

by 김영준 (James Kim)

  티스토리는 2025년 4월 30일 애드센스 수익화 관련 운영 정책 변화 공지를 게재하였다. 가독성 저하와 방문자 이탈률 증가의 원인이 되는 앵커 광고와 오퍼월 광고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러한 유형의 광고들은 대개 컨텐츠를 일부 가리거나 접근을 한 번 막기 때문에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검색을 하다 보면 이런 유형의 광고로 과도하게 도배가 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블로그도 많고 때로는 너무 지쳐서 그냥 닫고 빠져나오는 경우도 많다. 어떤 식으로든 적절한 규칙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런 결정이 순수하게 방문자의 경험을 향상 시키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컨텐츠의 심각한 질적 저하 과정에서 이미 티스토리 자체가 블로그 플랫폼으로 보유한 가치의 총량이 최근 꾸준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하게 사용하는 일부 블로거들도 문제지만 티스토리도 적극적으로 올바른 사용 모델을 제시하였던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당신의 이야기가 값진 수익이 됩니다”라는 티스토리의 카피부터가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점에서 블로거나 플랫폼이나 피차 쉬운 길만 찾고 있는 듯하다. 과거 양질의 컨텐츠를 작성하던 유명 블로거들 상당수가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난지 오래고 이제 댓글의 9할 이상은 자동 댓글 프로그램으로 마구 작성된 것으로 포스트 내용과 하등의 상관이 없다. 다시 말해서 다들 남의 글을 읽는데 별 관심이 없고 모든 행위의 목적은 오로지 자기 광고 노출의 극대화라는 이야기다. 블로그 문화가 이렇게 변해버린 마당에 이제 와서 가독성이나 방문자 경험을 논하기는 조금 머쓱한 구석이 있다.

 

  티스토리 역시 애드센스 광고 수익의 이해당사자라는 사실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지난 2023년 6월 27일 티스토리 자체광고가 시작되면서 현재 본문 상단 광고와 하단 광고 중 한 개는 무작위로 티스토리에 의해서 컨트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로거가 선택할 수 있는 광고 유형 범위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조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이미 티스토리는 오퍼월 광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덜 공격적인 사이드 레일 형태의 광고에 제재를 가했던 바 있다. 묘하게도 티스토리 자체광고 시행과 동시에 공지되었던 내용이다.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가독성을 이유로 들었는데 자체광고를 감안할 때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이런 특정 광고 유형 제한이 반드시 티스토리 자체광고 수익의 증대로 이어질 거라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해당 유형 이외의 다른 광고들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상대적 증가분이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 여기에는 당연히 티스토리 자체광고의 몫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조치는 블로거에게는 단기적으로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모두 있을 수 있지만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마이너스는 없을만한 것이다. 

 

  사실 모든 광고는 어느 정도 가독성을 해친다. 그리고 블로거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주체로 각자 나름의 타협점을 찾는다. 과하게 선을 넘는 경우는 당연히 제지를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실 알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티스토리 자체광고의 문제는 단순히 플랫폼이 수익 일부를 가져가고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블로거가 의도하는 수준 이상의 무질서를 무작위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이 또한 가독성을 해치고 그 결과 방문자 경험의 저하로도 이어진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렇게 서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뒤따르는 이런 일련의 수익 관련 논의 및 광고 제한 조치가 블로그 문화 개선과 티스토리의 재도약을 위한 노력이라고 이해하는 블로거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독성이나 방문자 경험이라는 근거는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고 추가적인 피드백을 받지도 않고 있다. 정말로 앵커 광고나 오퍼월 광고가 유해하다고 생각했으면 (사이드 레일 광고처럼) 왜 진작에 막지 않았는가? 다음에 또 다른 광고 유형들이 문제라고 판단되면 다시 이렇게 의견 수렴이나 피드백 없이 제한을 둘 수도 있다는 뜻인가? 지금 이런 질문들에 제대로 명확한 답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티스토리 자체광고 시행 대신에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2023년 10월경 시작된 응원하기 기능 역시 5월 28일 자로 종료하겠다고 안내되어 있다. 그런 결정의 이유나 향후 방향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티스토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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