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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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돌려 드립니다

by 김영준 (James Kim)

  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간혹 이 질문이 인공지능이나 로보틱스가 수면 위로 떠오른 최근에서야 대두된 것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이 논의는 생각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와 증기기관, 조면기, 방직기 등의 등장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세기 초에는 훨씬 구체화된 기대 앞에서 이런 논의에 더 속도가 붙었다. 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앞으로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동의 형태가 달라지며 인류가 더 많은 여유 시간을 가지게 될 거라고 예상하였다. 그 전후로 카렐 차페크, 쥘 베른, 아이작 아시모프, 어슐라 K. 르귄, 그리고 '젯슨 가족(The Jetsons, ABC, 1962~1963; 1985~1987)'에 이르기까지 각기 관점과 정도는 달라도 비슷한 비전을 공유한 사례들이 있었다.  

 

  이 대목에서 이런 내용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아버지 서재에서 찾은 1987년 1월호 '신동아'에 실린 한국의 쌍용그룹 광고인데 지금 우리가 최신 미래 기술에게 기대하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광고의 제목은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 드립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몇 년씰 걸리던 일도 컴퓨터로 단 몇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사람들은 비로소 정말 인간적인 일들을 위한 시간을 되찾게 될 거라는 의미. 그리고는 이런 컴퓨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쌍용그룹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하고 있음을 홍보를 하고 있다. 그들이 자기 그룹의 미래를 내다보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시대적 맥락에 부합하는 메세지를 그 제시했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그 시절 한국에서 말이다!

 

 

  이 광고 이후 거의 40년이 지났고 그 사이 세상은 상상도 하지 못할 속도로 변화했다. 기술 발전으로 일처리에 걸리는 시간은 정말로 크게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인간적인 일들을 위한 시간을 되찾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하나는 도구가 효율적이 된만큼 처리해야 하는 일의 총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하나는, 설령 그렇게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더라도,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다른 새로운 활동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런 새로운 활동의 대부분이 별로 인간적이지는 않다. 그러니 어쩌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더라도 위 광고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미래는 결코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202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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