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스 (Wolfs, 2024)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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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스 (Wolfs, 2024) B평

by 김영준 (James Kim)

  두 픽서가 하나의 사건에 중복 배정되어 주도권을 놓고 티격태격한다. 더구나 그 둘이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라면 흥미롭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바로 그거다! 대니 오션과 러스티 라이언이 다시 만났다!). 실제로 시작은 준수한 편이다. (아마도 하이-프로파일 고객들을 상대하기에) 단독 작업을 원칙으로 하는 두 픽서가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조우한다. ‘울프스(Wolfs)’라는 제목의 의도적 미스스펠이 의미하듯 이 두 고독한 늑대는 결코 복수(Wolves)로 묶일 수 없는 존재들이고 보안을 위해 혼자 조용히 일하며 수도승같은 생활을 엄수하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늑대를 마주친) 의외의 상황 앞에서 자신이 빠져야 할지 아니면 상대를 빠지게 해야 할지 판단하며 심리전을 벌이는데 큰 소란이나 불필요한 과장 없이도 긴장감이 잘 유지된다. 침착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냉정한 판단력과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두 남자는 당황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고객 및 다른 인물들과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던지는 냉소적인 말 몇 마디 이상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대목에서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진중한 이미지도 전략적으로 훌륭한 카드가 된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다음 단계로 상황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부터 조금씩 삐걱거린다. 약 25분경 상황을 한 번 뒤틀고 35분경 다시 한 번 뒤트는데, 두 번 다 예상을 벗어나는 변수에 의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거의 10분 후 다시 한 번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실은 이 부분을 잘 모르겠다. 충분히 가능한 전개 같으면서도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 정적인 상황을 깨고 이 ‘무거운' 두 남자를 열린 공간으로 ‘함께’ 움직일 사건이 필요하다는 발상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런 내용이 최선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보다 강력하면서 보다 직관적인 인과관계가 없이는 하룻밤 사이, 그러니까 전 날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이 두 남자의 동반 모험을 설득력 있게 만들기 어려워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애초에 나란히 움직일 동기가 약한 두 고독한 늑대를 억지로 함께 묶어두려다 보니 다소 무리한 접근을 거듭하지 않는가 싶다. 전술한 것처럼 캐릭터 설정은 매력적이다. 서로 거부하면서도 은근히 서로 닮아있는 두 인물 사이의 케미스트리도 좋다. 하지만 이들의 성격 및 성향과 사건의 구성 및 내용이 정작 잘 들어맞지는 않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것이 작품의 주제를 아리송하게 만들고 장르적 성격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심지어 아직 이야기가 온전히 완성되지 않았거나 혹은 두 파트로 구성된 영화의 첫 번째 파트에 머무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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