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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Tesla, 2020)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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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존 인물 전문가 에단 호크가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그의 외모가 유독 그런 느낌이어서 그렇지 엄밀히 그가 실존 인물의 삶을 연기한 적은 이번이 겨우 네 번째라는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를 연기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여러가지 면에서 놀랍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지적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여러가지 기구절창할 요소들이 있지만 역시 가장 치명적인 것은 J. P. 모건의 막내딸 앤 모건이 등장인물 겸 나레이터 역할을 맡으며 당대의 상황과 현재의 관객들을 연결한다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그 시대의 인물이지만 현재에 속해있기도 하며, 고로 화자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전달하는 것은 물론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걸고 상황을 평하고 역사적 가정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각종 자료를 프리젠테이션 한다.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부자들은 미래의 기술을 미리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왔다지만 서기 1890년대에 맥북으로 구글링을 하는 부잣집 소녀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기란 쉽지 않다. (오늘과 내일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 니콜라 테슬라 외에 또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좋게 말하면 실험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모한 이 설정은 게으른 자료조사, 부족한 상상력, 재연물급 감각, 그리고 저렴한 예산과 치명적인 스파크를 일으킨다. 이 작품은 모건 가문 막내딸의 입을 빌어 테슬라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으니 별 도리가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마가렛 치니, 버나드 W. 칼슨, 리차드 먼선 등 널리 읽히는 니콜라 테슬라 전기들이 제시하고 있는 적지 않은 사료와 문헌을 감안하면 어째서 그들이 제시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과 풍부한 자료를 왜 활용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에디슨 대 웨스팅하우스 사건의 경우 몇 년 전 개봉한 ‘커런트 워 (알폰소 고메즈-레존, 2017)’와 비교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고 나이아가라 폴스 등 그 이후의 프로젝트를 다루는 산발적 방식은 흥미를 크게 떨어뜨린다. 더구나 니콜라 테슬라를 그려내는 방식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술한 전기들에서 묘사하는 바에 따르면 사실 니콜라 테슬라는 논문과 특허와 강연과 시연에 상당히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언론을 통한 홍보에도 부정적이지 않았다. 또한 많은 명사들과 어울렸고 사교계를 통해 펀딩을 받으려는 노력도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작품이 테슬라를 다루는 방식은 단지 고난과 고뇌와 고독에 시달리는 아웃사이더처럼 (일찍이 에단 호크가 연기했던 쳇 베이커처럼) 보이도록 유도하는데 전적으로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 테슬라가 (흡사 카라오케처럼 보이는 곳에서) 자신의 전성기 이후 약 100년쯤 후에 발표될 록밴드 ‘Tears for Fears’의 히트곡을 부르는 또 하나의 궤도 이탈급 상상력 역시 이 작품의 이해할 수 없는 방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또 하나의 예일 것이다.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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