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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드 돈 다이 (The Dead Don't Die,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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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짐 자무시가 좀비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지만 사실 그는 이전에도 좀비 영화를 만든 적이 있었다. (한 교외 버스 기사의 좀비 같은 일상을 그린 바로 그 영화 말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아담 드라이버가 좀비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놀라워하지만 사실 그는 이전에도 좀비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타계한 배우의 컴퓨터 그래픽스와 살아있는 배우들이 거의 대등한 비중을 지니는 바로 그 소름끼치는 스페이스 오페라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빌 머레이가 좀비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할 수도 있지만 그는 예전에도 좀비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참! 그건 정말 좀비 영화였다.)

  어쩌면 관건은 이 작품이 정말 좀비 영화냐는 부분에 있을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불안함이 깃든 세기말의 공기, 무덤을 뚫고 나온 죽은 자들, 살아남은 자들의 탈주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군상 등은 분명 장르 고유의 표준을 공유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윽고 뭔가 이상하게 움찔하는 부분이 발견된다. 한적한 교외 마을의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 때문만도 아니고 느린 템포의 이완된 코미디 코드 때문만도 아니다. 장르 고유의 매력에 스스로 제동을 걸어버리는 기묘한 행위들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짐 자무시는 이것이 좀비 영화이지만 그냥 좀비 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좀이 쑤시는 듯 안달을 한다. 혹시라도 무지한 관객들이 일반적인 좀비 영화로 이해할까봐 (설마 그럴리가!) 곳곳에서 심술을 부린다. 적당한 선에서 암시만 하는 정도였어도 누구나 쉽게 이해했을 것이고 (무슨 로켓 사이언스도 아니고!) 그랬다면 이 작품도 아주 우아하고 흥미로운 컬트물로 남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반복적으로 개입하여 설명하고 부연하고 강조한다. 바로 여기서 오해가 생겨난다. 짐 자무시는 이 장르의 사회문화적 함의를 (거의) 정확히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관객들도 (거의) 그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오히려 장르가 본래 지니고 있던 은유적인 매력을 망가뜨린다. 요약하자면 좀비 영화를 팔아 먹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 좀비 영화에 대해 가르치려고 하는 와중에 정작 좀비 전문가인 관객들은 귓등으로라도 들어 먹을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둘러싼 웃지 못할 코미디의 실체일 것이다.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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