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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감사의 글: Special Thanks To

낙농콩단/Season 1-5 (2000-2005)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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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인쇄소 박씨 아저씨. 가장 노고가 많으셨던 분입니다. 기호학에 관한 아저씨의 고언은 제게 박카스 F 한 박스 분량의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노름판 개평을 뗌에 있어 똘레랑스와 엥똘레랑스에 대해 벌였던 언젠가의 격론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답보의 두뇌 영역을 깨우게 하는 새롭고 격정적인 기운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저씨의 고물 인쇄기에도 감사를 표합니다. 감가상각도 셈하지 못할만큼의 쇠약한 노구에도 불구하고 인쇄 과정 중 큰 말썽을 부리지 않았기에 이 책이 멀쩡히 찍혀 나올 수 있었습니다. 박씨 아저씨의 어여쁜 따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녀는 이 책을 완성하게 한 영감의 원천이자 지리하고 멸렬한 기다림을 인내케 한 축복이었습니다. 오자와 탈자, 그리고 페이지 밀림에 조바심을 내며 몇 주를 안절부절했던 그 시절, 그녀에게 얻어 먹었던 파 쫑쫑 썰어넣은 삼양라면 한 그릇과 식후 어색했던 라면스프맛 입맞춤의 깔깔함이야 말로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었음을 기억합니다.

  다음으로 우리 교복문화연구소의 M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야 응당 드려야 할 분에게 향하는 것이고 따라서 M선생님은 그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으시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M선생님의 세계관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운만 떼어도 발끈하시는게 본디 M선생님의 성정이시니, 비록 보지 않아도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M선생님의 분기탱천을 머리 속으로 그려볼 수가 있습니다 (게이지가 슬슬 치솟아 올라가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이쯤해서 그만두리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아니, 제가 지금 경기도 오산에 있다는게 아니라 오산이라는 말입니다. 이유인즉슨 이제 저는 M선생님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하늘을 날아갈 듯 더없이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제가 보기에 M선생님은 교복을 논하는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가장 편협한 사람 중 하나이십니다. 말하자면 당신 머릿 속에서 재구성한 세상이 이 아름다운 교복 세계의 전부라고 믿으시는 분이지요. 우리 속담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쯤 될 터인데, 문제는 선생님께서 빌어먹을 우물 안에 계신지 잘 모르신다는 겁니다. 대신에 우물 안에서 왕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건 알고 계십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이 합쳐지면 저런, 비극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M선생님은 워낙 단단하기로는 강철같은 분이라서 제 말을 못 믿으실 겁니다. 설사 믿는다 해도 그 편견을 바꾸실 생각이 없으실 겁니다. 이제와서 얘기하지만 그건 말입니다. 아주 좋지 못한 버릇입니다. 저 같은 하찮은 것의 이런 고언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시겠지만, 앞으로도 '감사의 글' 따위에 등장하여 누군가의 진정한 감사를 받고 싶으시다면 좀 고치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P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P선생님의 대질신문 1월 18일자 기고문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의 사회 경제학적 타당성>은 내다 버려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쓰레기라는 얘깁니다. 문장이랍시고 이런 잡글을 모아놓으면 '쓰레기 더미'이고 봉투에 넣어 버리면 '쓰레기 분리수거'입니다. 만두 속으로 넣으면 그게 바로 '쓰레기 만두'죠. 덕분에 일천한 저는 많이도 배웠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하는 식의 말하자면 타산지석이요 반면교사랄까요. 불현듯 P선생님께서 텔레비젼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로 나가셨을 때가 기억나는군요. 자랑스러우면서도 적잖이 쪽팔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설악산 단풍처럼 울긋불긋해지는 얼굴을 차마 들고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그 정도였으니 선생님께서는 오죽했겠습니까만 의외로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유감스럽게도 잘 싸시는지까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잘도 돌아다니시더군요. 그걸 보면서 적어도 당신의 쓰레기 글줄이 순수하게 당신 머릿 속에서 나왔다는 것은 확신할 수가 있었습니다. 제 정신 똑똑히 박힌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생각을 못했을 것이고 이제와서 그만치 태평하지도 못할테니깐요. P선생님, 토론의 기본 자세는 일단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남이 뭘 말하는지 알아 먹어야 당신도 당신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줄 수가 있는 겁니다. 남의 말은 안듣고 자기 말만 나불나불거리면 그건 토론이 아닙니다. 전 선생님께서 그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나가셨다는게 놀랍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교복문화연구소의 개망신이죠. 간판을 떼어다가 개집을 만들고 싶은 심정입니다. 다시는 토론의 '토' 자 근처에도 가시지 말기를 감히 권해드리고자 합니다. 정 텔레비젼에 나가고 싶으셔서 몸이 달아오르신다면 '뽀뽀뽀'나 '티비유치원'에 가보세요. 선생님의 일천한 논리와 싼티나는 말발로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잘해야 유치원생 정도입니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선생님 주장에는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겠더군요.

  B선배도 생각이 납니다. P선생님은 글이 쓰레기지만 B선배는 인간이 쓰레기셨습니다. 이처럼 쓰레기가 많은 걸 보면 제가 있었던 곳이 교복문화연구소였는지 아님 난지도였는지 고개가 갸우뚱하기까지 합니다. 요즘엔 난지도조차 재개발되어 꽃이 피고 맑은 내가 흐르는데 왜 여기는 썩은 내로 진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B선배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를 대가로 바라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나 B선배도 제게 감사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유인즉슨 제가 마음만 먹었더라면 B선배의 비밀을 만천하에 폭로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B선배가 제게 해준 것에 비하면 전 참 많은 배려를 해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선배, 난 말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선배가 왜 자꾸 연구소에 돌아 다니는 교복을 집에 가져가는지 몰랐어요. 선배는 밀린 일이 많아서, 혹은 재택근무나 하려고, 라고 했지만 솔직히 우리 연구소, '땡보직'으로 소문 났잖아요. 제가 3년 가까이 일했지만 선배 외의 그 누구도 여섯 시 이후에 일하는 걸 본 일이 없어요. 다섯시 오십분만 되면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게 우리 연구소 사람들 모두의 공통점이죠. 그럼에도 선배는 과업에 시달리는 양 허풍을 떠셨다는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죠. 선배가 그 많고 많은 교복 중에서 꼭 일본식 세라복으로만 골라 가지고 간단 사실을요. 또 그걸 가지고 도대체 무슨 음충한 짓을 했는지 (움직일 수 없는) 생물학적 흔적들을 확인하게 되었죠.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근데 그런건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나 엘러리 퀸, 혹은 그들에 준하는 관찰력을 가진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눈이 달렸고 머리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죠. 아! 선배. 이 순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오로지 이것 뿐입니다. 제발 좀 똑바로 사세요. 당신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상할 것이 하나 없는 멀쩡한 단어 '교복'이 인터넷 검색금지어가 되고 그러는 겁니다. 진짜.

  T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게 있습니다. 어쩜 그렇게 선생님은 겉과 속이 다르신가요.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행동, 그리고 말. 뒤돌아서는 변하시더군요. 별로 믿고 싶지 않았는데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런 이중적 행위를 너무 많이 행하고 다니셨으니까요. 충분한 증거를 많이 확보했던 것은 참 슬펐습니다. 전 선생님께서 국내 유수의 중고생 학생복 전문회사 M모직, C클럽, Y캐주얼에서 상납을 받았던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부주의하셨던게죠. 증거가 있느냐고 하신다면 예, 있습니다. 지난 8월 26일 T선생님께서는 압구정동의 명품주점 <욕망이라는 이름의 막차>에서 유명 의류기업 관계자들과 진솔한 대화의 장을 가지셨죠. 그 자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가 상상 속이 아니라 현실에 실재했다는 사진은 있지요. 그게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그로부터 이틀 후 모 여성지에 교복에 대해 칼럼을 실으셨던 것은 알고 있습니다. 내용인즉슨 몇몇 업체들의 학생복이 찬사를 받아 마땅할 세련된 디자인을 가졌고 그러하니 교복값이 일정 한도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질을 생각지 않고 자꾸만 비싸다, 비싸다, 하는데 어른들이 구입하는 정장처럼 교복도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다는 마인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죠. 참 몰랐습니다. 전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제일 싫어합니다. 솔직히 좀 역겨우려고 합니다. T선생님. 선생님께서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애들 또한 머지않아 중학교에 가고 교복을 사야할텐데요. 어찌하여 그리 무심하게 교복업체들의 담합을 눈 감아 주고 오히려 찬양까지 하셨더라는 말입니까. 그래 놓고도 어찌 뻔뻔하게 우리들 앞에서는 교복문화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관련 기업들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열변을 토하셨더란 말입니까. T선생님. 저는 당신과 당신의 모순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Y선배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 동안 즐거웠어요. 나를 즐겁게 한건 당신의 무능과 무책임입니다. 그건 날 화나게도 만들었지요. 인간적으로 말해서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자셨으면 뭔가 저보다 나은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이거 도와달라 저거 도와달라 징징댑니까? 아! 당신의 무능이란 정말로. 당신은 말하죠. 너 밖에 없어, 저 말고는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죠. 그 이유를 모르세요? 그걸 모르시는게 선배의 문젭니다. 선배는 하나를 도와주면 다른 하나를 내미는 사람입니다. 제가 선배 원고에 주기를 찾아서 달아드리면 주기 번호가 밀릴 때마다 제가 바꿔드려야 하죠. 또 그게 잘못되면 어떻습니까? 제 탓이라고 또 찾아와서 징징댑니다. 다음 번에 또 그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합니까? 지난번에 제가 해드렸으니 선배는 또 모르시죠. 지난 번에 니가 해줬으니까 이번에도 또 해달라고 찾아옵니다. 선배는 기억도 못하겠지만 내내 그랬어요. 그러니까, 누가 좋아하겠냐는 말이에요. 다들 바쁘다고 피할거예요. 그 순간 도와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 이후에 연쇄적으로 따라붙을 무한 책임을 다 어찌하느냐는 말입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는 건지 전 도통 이해가 가지 않습디다. 선배는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거나 둘 다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에요. 올해 설에는 떡국을 드시지 마세요. 떡국을 아무리 먹어보이 정신연령은 그대로잖아요. 그럴 바에야 그냥 그렇게 지금처럼 속 없이, 속 편히 사시라고요.

  아, 이렇게 흉중에 담아두었던 묵은 말을 꺼내놓으니 십년 묵은 체중이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우리 교문연(교복문화연구소)엔 감사드릴 사람이 많습니다.

출근길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1층 로비의 미스 리 - 제발 똥 씹은 표정 좀 하고 있지 말아요. 그럴거면 어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던가.

깨끗한 우리 연구소를 위해 밤낮으로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들 - 남자 화장실에 불쑥불쑥 들어오지 좀 마세요. 그 또한 성희롱 아닙니까.

회식 때마다 조용필의 '나는 너 좋아'를 다섯 번씩 열창하시는 J부소장님 - 한 번만 더 부르셨으면 탬버린으로 머리통을 찍어버렸을 겁니다.

사람은 좋으시지만 입에서 잘 발효된 청국장 향기가 나는 Q소장님 - 그거 내장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제발 내시경 한번 받아보세요.

우리 교문연 최고의 잡학박사 A - 먼저 인간이 되라. 자식아. 사람이 인간이 되야지 사전이 되면 쓰겠냐.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교문연의 미스 코리아 C - 진짜 미스코리아 나가면 물론 예선 탈락. 네 그릇은 솔직히 관대하게 봐줘야 '풍천 장어 아가씨'야. 새해에는 정신차려야지.

교문연에서 가장 정도(正道)를 걷는 성인군자로 이름 높은 B -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정도를 걷지 않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 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속물아.

정치 문제로 많이도 싸웠던 '미스터 대치동' 싯가 칠십억짜리 아파트 거주자 D -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너 같은 오사리 잡것들 때문에 역사가 퇴보하는 것이란다.

아침 저녁으로 기분이 미친 여자 널을 뛰듯 달라지는, 그래서 후임들 갈구는 재미에 살았던 F선임 - 길에서 내랑 마주치지 마소.

동지 의식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G선임 - 당신이 왕따인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구내식당에서 불철주야 이천구백원짜리 음식을 만들어주려 애쓰시는 아주머니들 - 한번 당신들이 먹어봐. 솔직히 당신들은 안먹지?

그 밖에도 제게 쌍시옷 들어가는 말을 하셨던 모든 분들 - 가는 길에 돈 있으면 엿이나 사드시길.

그동안 이 물성없는 인사들 틈에서 지내오느라고 정신질환이 도진 나를 보듬어준 광천신경정신과의원 L원장님과 꿈에도 그릴 법한 절대극강 미모의 간호사 S양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아! 진짜 속이 다 후련하다! 이 맛에 감사의 글을 쓴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모두들 억수로 사랑합니데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2002년 1월,
김 유석 (Kim, You Suck) 올림.

(200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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