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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엄마의 펜던트

낙농콩단/Season 1-5 (2000-2005)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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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왜 날 버렸을까? 아니 그 전에,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는 나디아 평생의 가장 큰 의문이었다. 그녀는 2013년 겨울 예쁜 아기 바구니에 담긴 채로 한 고아원 안에서 발견되었다. 바구니는 하늘거리는 프릴과 커다란 분홍색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인상적인 수공품이었는데 결국엔 그걸 탐내던 자원 봉사자 한 사람이 가지고 달아나 버렸다. 덕분에 정작 그녀는 자신이 어떤 바구니에 담겨 고아원에 오게 된 것인지 평생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다만 펜던트가 남아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아기 포대기 사이에 한 뼘 크기의 손카드와 함께 끼워져있던 펜던트만큼은 어떤 고아원 관계자도 감히 건드릴 수가 없었는데, 부모가 불쌍한 아이에게 남긴 유일한 선물이 확실해보였기 때문이다. (바구니를 훔쳐 달아난 누군가를 제외한) 그들 중 대부분은 다행히 그래도 버려진 아이에게 최소한의 배려와 연민을 보일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펜던트는 가로 3센티미터 세로 3센티미터 크기의 14K 골드로 만들어진 원형 시계 장식이었다. 3시, 6시, 9시, 12시를 각각 가리키는 로마 문자가 과장되어 들어갔으며 중앙부는 정방형의 백색 큐빅으로 메워져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화려한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그녀는 문제의 펜던트를 탐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따금은 제멋대로 상상을 펼쳐보기도 했다. 조금 더 나이가 든 다음에는 장신구 전문가를 찾아가 감정을 의뢰하기도 했지만 충분한 답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그녀에게 자신을 버린 엄마를 이해하려는 일종의 몸부림이기도 했다. 일단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 미워하든 사랑하든, 무시하든 그리워하든 한 쪽으로 마음을 굳혀 결정을 내릴 수가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그러는 사이 세월은 흘러 그녀도 열아홉살이 되었다. 진작부터 고아원에서 지내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더 이상은 반-원생 반-직원으로 허드렛일을 거들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사실 그녀 또래의 원생들은 진작에 진로가 결판난 상태였다. 어려서 일찌감치 잘 사는 새 부모 아래로 입양이 되거나, 주니어 하이에 들어가기도 전에 일찌감치 사고를 치고 소년원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적지 않은 수가 무단 가출을 하여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아원에 남은 아이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무난하게 19년을 버틴 경우도 드물었다. 그 점은 이제 흰 머리가 성성하게 된 원장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녀는 말썽 한 번 부린 적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이 버림받았다는 자괴감에 빠져 허덕거릴 때도, 혹은 부모와 사회를 향한 적의를 불태우며 부러 삐뚤어진 길로 빠져들어갈 때도, 그녀만큼은 조용히 제 자리를 지켰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취미 삼아 배우기 시작한 플루트 솜씨도 나쁘지 않았다. 인기 대학의 인기 학과까지는 몰라도 적당한 대학의 적당한 학과에 들어가기는 차고 남는 재능이었다.



 

  원장은 그녀를 좋아했다. 하지만 스무살이 넘은 그녀를 고아원에 데리고 있는 것은 부담스러워했다. 막 사춘기에 들어간 짖궂은 남자 원생들 때문에라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시에서 받는 지원금으로는 지금의 규모를 유지하기도 역부족이었다. 자원봉사자와 기부금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판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원장에게는 열세명의 어린 원생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는 결코 인정 없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내보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이삿짐 속에 빳빳한 10달러짜리 지폐 열장을 몰래 넣어준 것이 원장이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호의였다.



 

  그녀는 대학 근처의 반지하 월세방으로 이사했다. 고아원에서 6년간 허드렛일을 거들며 모은 돈에서 5,000달러을 떼어 다섯 달치 집세를 미리 지불했다. 수중의 돈을 모두 긁어 모아 마련했음에도 그녀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정육면체의 공간 이상의 의미는 없는 곳이었다. 주인은 시내 중심가에서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방을 구하기가 쉬운 줄 아느냐고 큰 소리를 쳤지만, 주당 250 달러에 감옥처럼 축축한 반지하방이라면 과해도 너무 과한 것이었다. 바닥은 차가웠고 공기는 눅눅했다. 길 쪽으로 난 쪽창에서는 항상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사실 없느니만 못한 것이었다. 여름에는 바람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더웠고 겨울에는 우풍이 심해 옷을 서너겹으로 껴입고 잠들어야 할 정도였다. 1층과 지하 사이의 방이라기 보다는 그냥 지하실 한 칸에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깔아 방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아가 밤은 무서웠다. 낯선 행인들의 너무 높거나 낮은 말소리, 지나는 차들의 사납고 날카로운 헤드라이트 불빛, 고양이의 불길하고 거슬리는 울음소리가 여과없이 쪽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누군가 갑자기 창살을 끊어내고 들이닥친다고 한들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었다. 그녀는 남은 돈의 일부를 떼어 자비로 안 쪽에서만 뗄 수 있는 방범창을 달아야만 했다. 인색한 집 주인에게는 그런 걸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녀는 플루트 과외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건도 뛰고 세 건도 뛰었다. 과외는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하여 가장 빨리 등록금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이었다. 강의와 과제로 하루의 절반을 괴외로 나머지 절반을 보내야만 했다. 무섭게 돌아오는 월세날도 걱정거리였다. 텔레비젼도 라디오도 없었지만 집 주인이 요구하는 전기세는 다달이 늘어갔다. 대학생활의 낭만이라고는 언감생심. 그런 상황에 슬퍼질 때면 그녀는 어김없이 엄마의 펜던트를 꺼내놓고 공상에 잠겼다.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엄마는 이 펜던트를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엄마는 왜 이 펜던트만을 내게 남겨주었던 걸까? 아빠는 누굴까? 지금쯤 엄마는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엄마도 가끔씩은 나를 그리워할까? 

 

엄마는,
 
왜 나를 버렸던 걸까?

 

*


  스물 다섯이 되던 해 그녀에게 톰 말토우(Tom Martow)이라는 남자가 나타난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마치 신이 이제까지의 불행과 고생을 모두 갚아주기로 결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톰은 많은 의미에서 그녀의 삶을 변화시켰다. 정서적 안정을 얻게된 것은 물론 물질적으로도 훨씬 풍족해졌다. 그녀보다 다섯 살이 많고 안정된 집안과 안정된 직업을 가진 그는 어렵지 않게 그녀를 수렁에서 끌어올려줄 수 있었다. (마치 텔레비젼 드라마처럼!) 5년간의 반지하 인생이 끝났다. 일주일에 과외를 서넛씩 맡아야 하는 생활도 어찌되었던 막을 내렸다. 그녀는 유복한 남자를 만나 인생을 역전시켜보겠노라 자랑처럼 떠들고 다니는 부류들과는 달랐지만, 톰과 가까워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밀하게 느껴졌고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베푸는 호의들 역시 어쩐지 받아도 되는 것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톰 역시 이상하게도 그녀에 대해서만큼은 (그가 이제까지 만나왔던 다른 아가씨들과는 달리) 자기가 가진 모든 걸 다 내준다고 하더라도 아깝지가 않았다. 물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그런 마음이 단순히 흔한 연애 감정의 산물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만난지 2년이 되던 날, 그녀는 톰에게 엄마의 펜던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미 둘 사이에는 단순한 데이트 상대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그녀는 엄마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말했고 언젠가 어떤 댓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꼭 찾고 싶다고 말했다. 톰은 현실적인 남자였다. 세상에서 가장 솜씨 좋은 탐정인들 달랑 펜던트 하나만 가지고 사람을 찾아낼 수는 없을 거란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 뭐든지 해주겠노라고 말해주었다. 이후 다시 한 번 계절이 바뀌는 동안 그들은 하루에 한 번씩 (어쩌면 두 번씩) 어김없이 만났다. 이따금 그녀는 엄마의 펜던트에 관해 같은 얘기를 반복하여 늘어놓았고 그때마다 톰은 참을성있게 잘 들어주었다. 그렇게 사랑은 깊어졌고 믿음은 단단해졌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둘은 마침내 결혼을 하고 함께 살게 되었다. 2041년. 그녀가 스물 여덟, 그가 서른 셋이 되던 해였다.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녀는 엄마가 미혼모였기 때문에 자신을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남자의 배신 따위의 이유로 혼자서는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뻔하지만 그만큼 빈번한 이유 아닌가?) 그렇기에 그녀에게는 같은 역사가 자기 자식에게 되풀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다. 믿을 수 있는 남자를 만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안정된 가정을 이루기까진 절대 그런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톰이 그녀의 걱정을 헤아려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년의 연애 기간 동안 그들은 선을 넘지 않았고 결혼 후 4개월이 지났을 때 자연스럽게 아기를 가지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녀는 뱃속의 이 아기에게만큼은 절대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과 외로움을 다시 겪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아기는 따뜻한 가정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행복하게 자라게 될 것이었다. 사실 그게 정상적인 일 아닌가!

 

*




 
  톰은 그녀가 얼마나 엄마를 만나고 싶어했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결혼 일주년 선물을 주고 싶어했다. 아직 테스트 중에 있는 시간 여행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것이었다. 비록 안전성 문제로 당국의 공식 승인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게 대수인가? 이미 많은 프로젝트 관련자들이 사적인 이유로 시간 여행을 다니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마침 톰의 친구가 프로젝트 핵심부에 있었다. 노스사우던 대학의 닥터 워렌 티즈(Warren Teese)는 수도 없이 허가 되지 않은 시간 여행을 다녔으나 단 한 번도 문제를 겪은 적이 없었다. 


- 안전하다. 이미 안전한데 걱정많은 윗대가리들이 괜히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안전이 아니라 윤리 문제다.


라고 닥터 티즈는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톰은 안심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2013년의 그 날로 날아가 고아원에서 그녀의 엄마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펜던트를 보면 엄마는 딸을, 딸은 엄마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해후를 통해 그녀는 마음의 묵은 짐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다시 2040년으로 돌아왔을 때는 한결 밝은 모습으로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라 그는 믿었다. 반년 후 태어날 그들의 아이를 키우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출발 일주일 전, 그는 그녀에게 이 선물에 대해 털어놓았다. 처음에 그녀는 몹시 당혹스러워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결국 남편을 믿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엄마를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그때부터는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누가 북이라도 쳐대는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고민했다. 엄마를 만났을 때 자신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도대체 나는 누구인지.

 

*

 

  시간 여행은 반쯤은 설레었고 반쯤은 무서웠다. 그는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애썼다. 비행기 사고와 마찬가지로 시간 여행이 잘못될 확률은 일반 교통 사고보다도 현저하게 낮았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시간 여행용 셔틀의 압력 센서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뒤죽박죽이 된 시공간 안에서 셔틀은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빈대떡처럼 납작하게 찌그러진 채로 2013년에 도착했다. 여행 예정일보다 넉 달이나 일찍 도착하게된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알았어도 사실 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2013년의 구급대원들은 흡사 자동차 사고를 당한 것처럼 보이는 부부를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다. 



 

  톰과 나디아의 상태는 위중했다. 부부에게 몰래 시간 여행을 주선해 주었던 닥터 워렌 티즈는 그들의 여행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알게되었다. 때문에 그 역시 급히 2013년으로 부부를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자칫 방치했다가는 온갖 사건이 뒤죽박죽으로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많은 시간여행 영화에서처럼 뒷수습을 해야했다. 미안한 일이지만 첫째로 이 사고가 밖으로 새어나가선 안되었다. 둘째로 이 사고가 나비 효과의 시발점이 되어서는 곤란했다. 자신을 부부의 가까운 친지라고 밝혔고 조작된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만약을 대비해 이미 마련되어 있던 시간 여행자들과 보증인의 가짜 신원 증명 프로토콜에 따른 것이었다. 한 시간 후 의사는 남자가 숨을 거두었음을 알려왔다. 이어 어려운 선택을 맡겼다. 여자가 7개월의 임신부인데 당장 제왕절개를 하면 아기는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러나 산모의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는, 대충 그런 내용의 설명이었다. 7개월? 2040년에서 그가 만났던 그녀는 임신 3개월이었다. 도대체 넉 달이 사라지며 무슨 조화가 일어났단 말인가. 친구는 당황했다. 하지만 의사에게는 당신이 판단한대로 수술을 진행해달라 요구했다.
 
  

 

  2013년의 의사들은 아이를 살렸다.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모를 살리지는 못했다. 칠삭둥이로 태어난 아이는 한 달을 더 인큐베이터 안에 있어야 했다. 닥터 티즈 역시 2013년에서 한 달을 더 묵어야 했다. 2013년의 거리를 헤메며 그는 어떻게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오늘 밤 자정에 2040년에서 다시 셔틀이 보내질 예정이었다. 그를 데리러 날아오는 셔틀. 이대로 아기를 데려가면 4개월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태어난 존재가 될 것이었다. 어떤 미묘한 파장이 일어날지 감히 그 누가 알겠는가? 해법이 있다한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도 난감했다. 누가 맡아서 키우고 돌봐야할지도 역시 의문이었다. 시간 여행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와 같은 유형의 사건 사고에 대처하는 프로토콜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외부에 알려지면 프로젝트의 존폐를 장담할 수 없게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커리어마저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닥터 티즈는 어려운 결심을 했다. 이 아이를 2013년에 두고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상부에서는 아이는 아예 태어나지도 못할 것으로 알게 될테다. 모두에게 편한 일이었다. 아이에게도 자기가 원래부터 2013년에 잉태되어 2013년에 태어날 운명으로 믿고 있는 편이 사는데 수월할 것이었다. 부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마트에 들려 유아용품 코너에서 가장 예쁘게 보이는 아기 바구니를 구했고 가장 가까운 고아원으로 향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닥터 티즈는 바로 그 고아원이 부부가 2013년으로 여행하려던 이유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유를 먹이고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고아원 정문 앞에 눈에 잘 띄도록 내려놓았다. 생년월일과 잘 돌봐달라는 당부가 적힌 카드도 잊지 않았다. 돌아나오는 길에 그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부부의 유품. 즉 아이 엄마의 펜던트를 문득 생각해 내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지 주위를 살펴보고 잰 걸음으로 달려가 펜던트를 아이의 모포 속에 깊숙히 넣어주었다.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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