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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챕터 2 (It: Chapter 2,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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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일곱 인물의 유년기와 성년기를 수시로 넘나드는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편으로 분리한 영리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이는 작품의 부담을 덜어 보기 드물게 우아하고 날렵한 호러물이자 (원작의 취지에 부합하는) 힘있고 견고한 성장물로 완성할 있었던 결정적 비결이었다. 하지만 선택은 양날의 검과 같은 성질 또한 갖고 있었는데, 바로 만기가 돌아와 최종 정산을 해야하는 두번째 작품에는 앞서 덜어낸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어쩌면 이자까지 쳐서) 고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크게 가지로 압축할 있을 것이다. 

 

첫째, 챕터 2 도입부에 있어 인물들을 (루저 클럽을) 다시 자리에 모으는 당위성이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 묘사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원작과는 달리, 과거와 현재를 분리시켜 각각 편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챕터 2 사실상의 속편과 같은 성격을 갖게하는 딜레마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루저 클럽이 성인이 이후에 다시 모이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보이기가 상당히 어려워지는 것이 문제다. 원작에서는 현재 시점에 성인이 이들이 여섯통의 전화를 받고 다시 데리로 돌아와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후 유년기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기 때문에 납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누어 놓으면 27년만에 데리로 돌아와 모이는 과정을 설명해야 한다.

 

둘째, 같은 문제는 페니 와이즈에게도 적용된다. (전술한대로) 속편 아닌 속편이 되기 때문에 어렵게 물리친 괴물/살인마가 이유없이 다시 살아 돌아오는 헐리우드의 오랜 고질병을 본의 아니게 재현하는 꼴이 된다. 또한 이는 재등장한 페니 와이즈의 재퇴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상당히 골치아픈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편에서의 대체로 동의 가능한 수준의 결말을 (아이들이 악전고투 끝에 마침내 페니와이즈를 물리치고 빠져나왔다!) 차별점을 더해 완전한 결말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원작의 실제 결말부는 (종종 스티비 삼촌의 장편이 그러하듯이) 영화라는 포맷이 요구하는 명쾌한 엔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초월적 존재로의 거북이(?) 비벌리의 영험함(?) 들먹이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셋째는 편이 R등급 호러로는 경이적인 북미에서만 3 2천만 달러 (월드 와이드 7 달러) 흥행 돌풍을 일으킬 있었던 비밀스러운 시대의 공기를 다시 소환해 내는 것이다. 알려진대로 영화는 원작의 과거(1957)-현재(1985) 타임라인을 과거(1987)-현재(2015)으로 재조정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80년대에 대한 향수(유년기) 트럼프 시대의 공포(성년기) 성공적으로 직격하였다. 허나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고 ( 그럭저럭 살다보니 , 죽을만큼 못살 정도는 아닌지라)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페니와이즈와 도널드 트럼프를 등가로 놓는 도식의 파괴력도 상당히 떨어졌다. 유년기의 향수, 80년대의 향수 역시 루저 클럽이 성년이 챕터 2에서는 크게 희석될 밖에 없으므로 어떻게 2015년이라는 시대를 묘사할 또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챕터 2 가지 숙제를 절반 정도 ( 절반 정도) 해결했다. 신기하게도 원작의 초반부를 충실하게 구현하는 정공법이 (사실상 챕터 2 도입부는 원작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다름없다) 핵심 전략이었다.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이 오프닝 장면의 동성애 혐오에서 야기된 집단 폭행이라는 것은 세번째 이슈 - 페니와이즈의 시대적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처럼 보인다. 나머지 개의 이슈는 (정말로 원작 소설과 동일하게) 순간 순간 과거의 장면을 절묘하게 교차시켜하나의 연결된 이야기임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풀어나갔다. 물론 대신 영화의 볼륨이 지나치게 늘어나고 마이크 핸론이 조금, 아니 많이, 아니 상당히, 아니 완전히 이상한 녀석처럼 보이게 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확실히 약간은 자연스럽지 못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루저 클럽이 데리로 돌아오는 과정 27 전의 일을 기억해내는 과정에 공은 들였지만 어색한 면이 없지는 않다. 쿠드 의식에 대한 마이크의 과도한 집착, 그리고 나머지 루저 클럽의 일원들이 그를 따라가는 과정도 역시 공은 들였지만 부자연스러운 순간이 많다. (차라리 어차피 이상해진 마이크를 이상한 놈으로 몰아가는 편이 훨씬 그럴듯 했을지도 모른다.)

 

페니 와이즈의 임팩트 역시 전작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여전히 스카스가드의 연기는 인상적이지만 가히 신드롬을 일으켰던 2017년처럼 압도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이미지는 불길한 암시로 강력한 것이지 이유 없는 형태 변환을 거듭함으로 배가할 있는 것은 아니다. 점프 스케어의 과도한 반복 사용은 본의 아닌 속편이 어쩔 없이 속편의 함정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작품에서 심박수를 상승시킬만한 부분이 있다면 역시 페니 와이즈 때문이 아니라 비벌리 마시로 분한 제시카 채스테인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지난 30여년간 남몰래 상상했던 빨간머리 비벌리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바로 이런 경우가 드림 캐스팅 아닌가!)

 

하지만 챕터 2 거둔 절반의 성공이 1+1 전략의 가치를 퇴색시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역 배우들에 대한 후한 점수 때문에 그렇지 제시카 채스테인, 제임스 맥어보이,  헤이더, 제이 라이언, 그리고 제임스 랜슨으로 이어지는 성인 배우들의 앙상블도 상당히 좋다. 흥행 면에서 역시 챕터 2 성적이 전작 65%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려졌지만 (북미 2 1천만 달러, 월드와이드 4 7천만 달러), 세상에!  65% 북미 2 1천만 달러로 R등급 호러로는 흥행 순위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또한 누구도 부정할 없는 사실은그것 아주 오랫동안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기 까다로운 작품으로 인식되어 왔고 안드레이 무시에티가 정말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흥행까지 성공했다!) 오랜 시간이 흐 이후 어느 누가 리메이크를 해도 이보다 나으리라 장담할 수가 없을 것이며 원작 팬들을 이만큼 만족시키는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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