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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Terminator: Dark Fate,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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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도 오래된 프랜차이즈를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그간 잡탕들로 지저분해진 족보를 정리하고 ‘더 터미네이터 (제임스 카메론, 1984)’와 ‘터미네이터 2: 저지먼트 데이 (제임스 카메론, 1991)’의 정통 직계임을 공고하게 천명하고는 있지만 결과물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하기야 대가가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다고 살려낼 수 있다면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아무리 그 대가가 이 시리즈의 산파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확실히 직접 메가폰을 잡는 경우과 한 발 물러서 제작 등을 맡는 경우의 간극은 이렇게나 크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많은 경우에 그렇듯이) 속편의 존재 이유를 선명하게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터미네이터의 경우 한계가 분명하다. 직계고 방계고, TV 시리즈고 웹 시리즈고, 스핀오프고 팬픽이고 다 떠나서 이 코너 모자 이야기는: (1) 살짝 꼬아 반복하여 재탕하거나; (2) 대놓고 번복하거나; (3) 아예 대체 현실로 보내버리는 외에는 이야기를 확장할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역시 이번에도 그 한계를 넘어설 뚜렷한 방법을 만들어내었다긴 어려워 보인다.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세밀한 맛이 없다. 논리는 은근히 부실하고 전개는 턱없이 엉성하며 대사의 세련미도 떨어진다. (린다 해밀턴의 걸쭉한 입담 몇 개를 제외하면) 최소 한 10년쯤 트렌드에 뒤쳐져 있는 느낌이다.


  다만 한 가지 돋보이는 부분은 있다. 액션 장면의 연출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저돌적이다. 마치 80년대말~90년대초의 잘 만든 액션 영화처럼 우직하다. 노배우 두 명(돌아온 사라 코너와 T-900)에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배우 셋(더구나 그 중 하나는 액션 면제 캐릭터)의 조합으로 크게 화려한 맛은 없지만 밀도와 응집력, 그리고 지구력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추적과 도주의 반복을 통해 서스펜스를 끌어올리는 시리즈의 근본 맥락을 흐뜨러뜨리지 않았고 자동차 공장-고속도로-난민 수용소-수송기-댐(외부/내부)로 이어지는 대표적 액션 장면들의 알찬 배경 공간 활용 역시 올드스쿨의 냄새가 물씬 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락하는 수송기 내부에서 서로 뒤엉켜 치고 받는 상당한 분량의 기가 막힌 난장. 그 하나만으로도 돌아온 터미네이터를 관람할 충분한 이유는 있어 보인다.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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