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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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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헐리우드를 무대로 하는 이 작품의 놀라운 마법은 평범하지만 강력한 전제 하나가 불러 일으키는 촉매 작용에 의하여 시작된다. 실제 사건에 바탕한 영화라는 전제. 이 효과는 실화를 가공한 이야기와 순전히 지어낸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뒤섞는 과정에서 점차 가속된다. 관객들은 이 작품이 소재로 삼은 (충격적인) 실제 사건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연결 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만 뜻밖에 영화는 그 노력에 응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로지 (긴 러닝 타임을 충분히 활용하여) 끊임없이 그 사건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배우와 스턴트 맨 사이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 부분이 가장 당혹스럽다. ‘저 미남 듀오가 ‘그 사건’하고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지?’ 물론 가끔씩 먹잇감을 던져주기도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 딴 판인 영화 아닌가. 그러다 문득 더 이상 실화를 분리해 낼 수 없는 지점이 찾아오는데 그제야 우리는 멋지게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그 사건과 연관된 사소한 단서들에 집중하는 사이에 영화는 완전히 판을 새로 짠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점을 넘어가면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마치 긴 터널을 통과하여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를 만나는 느낌. 어쩌면 다른 평행 우주에서 벌어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를 작은 틈으로 들여다 본 느낌.그리고 그 세계가 우리가 예상하였던 그 세계이든 아니든 그 시절의 헐리우드를 직/간접적으로 기억하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일으키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점만큼은 부정하기가 어렵다. 

  물론 모든 실화 소재의 영화가 사실과 허구의 조합으로 탄생된다. 그런데 무엇이 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아홉번째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가. 그 대답은 이야기를 성기게 흩뿌려놓고 서서히 세밀하게 직조해나가는 (오! 펄프 픽션!) 타란티노 영화의 경이적인 내러티브에 있는 듯 하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흘러가는 중에도 드문 드문 등장하는 연/월/일/시 표기 자막만으로 덜컥 덜컥 긴장감이 살아나다니! 어쩌면 이런 묘기는 오직 타란티노만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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