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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0.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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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려했던 것처럼 ‘애완동물 공동묘지(한국 개봉명: 공포의 묘지)’의 리메이크 기획은 처음부터 자충수로 끝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 우선 원작 소설 자체가 ‘호러처럼 보이지만 호러로 읽히지 않을’ 때 매력이 극대화되는 스티븐 킹 특유의 장점이 약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이례적으로 극단적인 소재를 다룬다. 또한 이미 1989년에 한 번 파라마운트에서 (당시 B급 호러 영화치고는 꽤 상당한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어진 사례가 있었으며 (사실 당시 감독인 매리 램버트는 용감하게 시퀄까지 만들었다) 두 번째 어댑테이션을 통해 굳이 개선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요소가 별로 없었다. (물론 이는 칭찬일 수도 있고 칭찬이 아닐 수도 있다.) 어지간히 영리한 전략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기대치를 상회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고 유감스럽게도 그 예상은 거의 맞아들어갔다. 굳이 의미를 찾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적당한 제작비를 들인다면 꽤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정도.


  투 스트라이크를 일단 먹고 시작하는 이 3류 괴담급 소재가 어엿한 장편 소설으로 구실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스티븐 킹은 설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먼저 주인공 루이스의 직업을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하여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 만들었고, 다음으로는 아내 레이첼에게는 유년기 트라우마를 부여함으로써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있어 거의 완벽한 상수로 만들었다. (이로써 주파수를 온전히 주인공 루이스 본인에게 맞춘 패밀리 버전의 메리 셀리 테마가 완성된다.) 잃은 아들을 두살배기로, 남은 딸을 다섯살 정도로 설정한 것도 은근히 프로이트적 요소를 암시하는 것은 물론 그의 행동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작 소설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부분은 이 장치들의 조합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한 심정. 신의 의지와 악마의 의지 모두에 저항하고도 남을만큼 강력한 연료. 그런 관점에서 이 두번째 리메이크 영화 역시 그 핵심적인 부분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특히 가장 중요한 역할인 루이스 크리드 박사를 맡은 제이슨 클라크의 연기는 마음 아파서 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변화를 준 부분 한 가지가 묘하게 흐름을 어그러뜨린다. 바로 두살배기 아들 게이지 대신 딸 엘리가 사고를 당하는 부분이다. (이미 트레일러에 나오는 내용이므로 스포일러는 아니다.) 이런 표현은 조금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내용 전개상 아기와 고양이는 유사하게 기능하는 (기적과 저주를 쉽게 분간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자의식이 형성된 어린 소녀로 바꾸면서 효과와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심지어 원작 소설에서 다섯살 정도였던 엘리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발레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정도의) 더 큰 아이로 수정되었는데, 말과 행동이 자유롭고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아이라면 되살아나 돌아온 이후의 이상 행동을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해석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가령 원래 설정대로라면 악한 힘의 개입 외에는 설명이 어렵던 부분이 (아기가 전혀 아기처럼 행동하지 않으니!) 미운 일곱살의 이해할 수 없는 일탈 행동처럼 보이는 부분과 뒤섞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 ‘브라이트번 (데이빗 야로베스키, 2019),’ ‘더 프로디지 (니콜라스 맥카시, 2019)’ 등에서 유아 사춘기와 섬뜩한 악의의 동시 발현을 활용한 흥미로운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정확히는 아이 아버지가) 주인공이고 그 작품들과는 초점이 다르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이 선택에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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