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마인크래프트 무비 (A Minecraft Movie, 2025)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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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마인크래프트 무비 (A Minecraft Movie, 2025) B평

by 김영준 (James Kim)

  형편없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자괴감이 들게 만드는 영화는 흔치 않다. 이 귀한 시간에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에 몸부림을 치는 고통스러운 한 시간 사십 분이었다. 오해는 마시라. 한때 마인크래프트 좀 달렸던 사람으로 비디오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하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나 ‘소닉 더 헤지훅’ 혹은 ‘툼 레이더'와는 다르게 이런 샌드박스 게임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인지 의문을 지우기 어려울 뿐이다. 게임으로 자유도가 높다는 말은 반대로 영화로는 별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가령 주인공 스티브만 하더라도 그저 개인화가 가능한 유저들의 아바타의 이름으로 사실 아무런 백스토리가 없다. 영화를 위해서는 당장 스티브에 대한 내러티브를 만드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큐브블럭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세계에 주인공이 던져졌다는 설정 외에는 온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런 문제를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게으른 스토리와 황당한 캐릭터 설정은 눈으로 보고도 못 믿을 수준이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마구 끄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멀쩡한 어른 다섯 명이 달라붙어 스크린플레이 작업을 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자그마치 1억 5천만 달러 예산의 영화라면 최소한 이것보다는 더 나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티브(잭 블랙)가 어느날 갑자기 광산으로 쳐들어가 큐브를 발견하는 오프닝부터 이 작품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광산에 집착했던 이유? 모른다. 성인이 되어 세일즈맨이 된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광산에 쳐들어간 이유? 모른다. 다시 광부 할아버지가 그를 막는 이유는? 모른다. 서로 소리는 왜 지르는 건가? 모른다. 그게 무슨 광산이고 도대체 무슨 광물을 캐려는 것인가? 그것도 모른다. 어쨌든 그래서 탄광 안으로 들어가서 채굴을 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빛나는 뭔가를 발견한다. 원래 본인이 캐려던 광물은 아닐 텐데 그냥 좋아한다. 이유는 역시 모르겠다. 아무튼 그게 큐브라는 건데 얼렁뚱땅 조작하다 웜홀을 열고 오버 월드로 넘어간다. 거의 롤러코스터급 전개다. (이쯤 되면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바로 비디오 시장으로 갈만한 자격은 차고 넘친다 하겠다.) 그래도 최대한 좋게 생각해 보자. 그러니까, 조금 헐거울 수는 있지 않은가. 코미디에는 여러 가지 포맷이 있고 어떤 코미디에서는 논리적 얼개는 상대적으로 조금 덜 중요할 수도 있다. 가령 스티브의 백스토리를 보면 이런 예상을 해볼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지루한 중년 세일즈맨이 가상 세계로 건너가서 뭐든지 상상하고 창조하여 실현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면, 잃어버린 상상력을 되찾으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뭐 그런 주제 구현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꽤 납득할만한 전개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티브의 배경 설정은 이후 내용 전개와 별로 상관이 없다. 그야말로 반려 늑대개만큼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당연하지. 반려 늑대개 데니스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렇다면 오프닝에서 왜 그런 이야기를 제시하였는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처럼 앞뒤가 안 맞는 문제는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뒤이어 현실세계에서 오버월드로 넘어오는 남매를 보라. 남동생인 소년이 현실 세계의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데 가상 세계에서는 창의적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다 (작업대를 두들기는 것이 얼마나 창의력과 연관이 있는지는 일단 차치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소년의 성장을 다루는 가족 영화로 완성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쪽으로도 운을 띄우다 말고 삼천포로 빠진다. 정작 소년이 오버월드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그렇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두 스타 아저씨들은 소년의 성장담을 자연스럽게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기에는 워낙에 중량감이 비대하여 본인들이 센터를 차지하고 비킬 생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스티브와 가렛 “가비지맨” 개리슨(제이슨 모모아)은 전연령 관람가 가족 영화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마저도 철저하게 짓밟는다. 이들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 이상한 호르몬을 발산하며 러닝 타임 동안 최소 열 번 이상의 묘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그중의 몇 번은 대차게 선을 넘는다. 수많은 의문들이 있다. 개리슨이 동성애자인 이유는? 과거 특정 시대의 동성애자 스트레오타입을 반영한 이유는? 게리슨이 과거 레트로 게임 챔피언이자 현재 게임샵 주인으로 설정된 이유는? 그런 설정이 오버월드 안에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누구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나머지 캐릭터들은 순전히 불필요하다. 소년의 누나나 부동산 중개인/이동 동물원 운영자는 냉정하게 말해서 성별과 인종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아니면 특별히 등장할 이유조차 없고 차라리 오버월드로 따라오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현실 세계에서 교장 선생님 스토리 역시 사족이며 (제니퍼 쿨리지를 조커로 투입하여 그녀의 개인기를 활용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바로 블랙과 모모아와 함께 오버월드 안으로 보내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런 엉망진창 토탈 버라이어티쇼가 박스오피스를 뒤흔들었다는 사실이다. 가뿐하게 월드와이드 8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미 워너브라더스는 시퀄 제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십 대들에게 일종의 밈으로 난리가 나며 흥행에 가속이 붙었다고 하는데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지경을 넘어 조금은 무섭기까지 하다. 

 

(202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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