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2024) B평
by 김영준 (James Kim)20세기 폭스의 마지막 유산인 서치라이트 픽쳐스와 상업영화를 근사하게 만들 수 있는 세대의 마지막 주자인 제임스 맨골드의 조합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맨골드는 레이싱 액션물도, 슈퍼 히어로물도 주요 어워드에서 노미네이션을 받게 만드는 놀라운 마법을 가능하게 하는데 하물며 밥 딜런 바이오픽에 감히 누구도 토를 달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 부분은 캐스팅. 굳이 티모시 샬라메가 안 어울린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20대 인물을 연기할 다른 배우가 정말 씨가 마른 건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불과 5년 사이에 어린 폴 아트레이데스와 젊은 윌리 왕카도 연기했는데 젊은 밥 딜런 역으로까지 낙점되었음은 그의 대단한 인기를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한편으로는 저 넓은 범위 캐릭터에 걸쳐 다채로운 후보가 없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 작품이 다름 아닌 전기 영화이고, 이 역할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밥 딜런이라는 점. 언뜻 생각하기에 약간의 곱슬머리와 약간의 반항기를 장착한 샬라메는 젊은 딜런으로 더없이 적절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만큼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의 앞선 역할들 대부분은 소년에서 남자로, 또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이행하는 성장과정에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의 유니크한 매력을 이용하였는데 이번만큼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딜런의 독보적인 아우라가 한 가지 원인이고 핵심 사건의 내용이 다른 한 가지 원인이다.
딜런이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 것은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다. 심지어 역사책에서도 종종 언급된다. 하지만 포크와 록이 나란히 사라진 가문과 쇠락한 가문처럼 보이는 2020년대에 그 의미를 고스란히 살려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당대에 변화를 부르짖었던 젊은 세대는 이제 시니어 세대이고 반대로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대중음악 안에서 혁명을 찾지 않는다. 지금은 블록버스터에서 리드 롤을 맡을 수 있는 20대 남자 배우만 없는 것이 아니라 20대 록스타 또한 씨가 말랐다. 그야말로 대중음악 역사상 사회 불의에 저항하는 음악이 가장 인기가 없는 시대. 이런 세태가 이 작품의 방향을 어느 정도 틀어놓았을 가능성이 있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본다. 일라이자 왈드의 책 ‘Dylan Goes Electric’을 원작으로 삼았고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발 사건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이루기는 하나, 어딘가 미묘하게 기대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아마 15년쯤만 전이었더라도 결코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전술한 것처럼 포크와 록이 사라지고 쇠락한 시대. 포크 슈퍼스타의 ‘젊은 세대의 목소리’로의 역할과 음악적 변신을 둘러싼 소란과 논쟁은 이제는 아주 오래전 역사 속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따라서 우디 겐트리 (스쿳 맥너리), 피트 시거 (에드워드 노튼), 자니 캐쉬 (보이드 홀브룩)과 같은 딜런이 멘토로 여겼던 존재들과의 이야기와 (수즈 로톨로를 모델로 한) 실비 루소 (엘르 패닝)와 조안 바에즈 (모니카 바바로)를 둘러싼 딜런의 20대 초반의 연애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듯한 순간이 있다. 물론 그 기가막힌 배합비가 상업영화로 적절한 재미를 구현함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사건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 이야기를 오늘로 소환하는 의미나 지금의 현실에 던지는 질문까지 전달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202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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