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프리즌 (Big Stan, 2007)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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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프리즌 (Big Stan, 2007) B평

by 김영준 (James Kim)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피식 피식 웃을 수 밖에. 이 또한 재주라고 해야할지.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출신 롭 슈나이더의 화장실 유머는 언제나 그렇듯 상식을 개똥만치도 심각히 생각치 않고 깔아 뭉갠다. 게다가 이번엔 처음으로 손수 메가폰까지 쥐었으니 정말 오죽할까.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하나 부족함 없이 살다가 졸지에 징역을 살게 된 부동산 개발업자 스탠(롭 슈나이더)가 그 험하고 험하다는 교도소에서 흉악범들에게 ‘겁탈' 당할까 두려워 쿵푸(정확히는 쿵푸에 무에타이에 가라데에 이것 저것 섞은 짬뽕 무술)를 배운다는 별 시덥잖은 스토리야 둘째치더라도 러닝 타임 내내 무려 30여회 이상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겁탈’이라는 단어는 난감함을 금할 수 없다 못해 끝내 지쳐 웃게끔 만든다. 롭 슈나이더의 이전 영화들이 그렇듯 잠시 두뇌에 전원을 내리고 10룩스 이하의 어두운 곳에서 킬킬거리며 감상해주시면 되겠다. 

  다만 충격적인 것은 뜻밖에도 스탠의 아내로 등장하는 제니퍼 모리슨이다. FOX의 TV 시리즈 'House, MD (2004~ )'에서 지적이면서도 모성애로 충만한 여의사 카메론으로 굳게 기억되고 있는 (이제 나도 헤파린과 와파린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녀의 예상치 못한 노 브레인 연기는 충격 그 자체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만난 남편에게 백치 같은 표정으로 "사부님한테 카마수트라에 나오는 체위를 다 배웠거든요" 라며 싱글벙글거리는 모습은 턱의 관절을 수 밀리미터 이상 늘어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니까 사람 감각의 역치가 참 무서운 것이다. 롭 슈나이더가 '겁탈'이라는 단어를 30번 뱉는 건 전혀 놀랍지 않았는데 제니퍼 모리슨이 뱉은 저 대사 한 마디에는 사레가 들릴 정도로 놀라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하고 백기 투항하게 되었으니 마니 말이다.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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