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The Transformers, 2007) B평
by 김영준 (James Kim)무릇 소년의 로망(老妄이 아니다)이라 하는 것은 어려선 로보트요 커선 자동차인데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이 무엇인고 하니 모험과 여자다. 말인즉슨 남자에게 있어 로보트, 자동차, 모험, 여자는 높은 연관성으로 연상되는 일련의 단어라는 것. 그 중에서도 특히 뒤의 두 가지 - 모험과 여자는 소년 인류에게 있어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 이는 하나님이 아담의 갈비뼈를 하나 빼내던 순간부터 이미 결정된 자연의 법칙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로보트가 있으면 모험이 따라붙는다. (로보트가 없으면 모험이 없고 모험이 없는 곳엔 로보트도 대체로 없다) 로보트와 모험이 공존하는 곳에 여자는 필수 불가결이다. 세상 모든 로봇 모험담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등장한다. 그리하여 첫번째 결론: 로보트를 가지면 모험과 여자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쪼까 따라붙는다. 당신이 형래(에스퍼맨, 우뢰맨, 기타등등)을 맡아 키운 심박사의 친구 현박사가 아닌 이상 로보트를 도대체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이거 뭐 로보트가 돈주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빌려올 수도 없고, 직접 만들자니 골 때리고. 빈약한 인맥을 싹싹 긁어 주변에 아는 남자, 아는 여자는 있어도, '아는 로보트'래봐야 벽에 부딪히면 자동으로 방향을 바꾸는 원형 청소기가 전부인데, 그런 모양 빠지는 것을 들고 다닌다고 모험과 여자가 따라올리 만무하고 말이야.
그래서 소년 인류에게는 로보트의 대체물이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내가 자존심이 있지 언제까지 롯데월드 어드벤쳐나 자연농……, 아니 에버랜드 따위의 테마파크에서 티켓 끊고 꿈과 모험과 낭만을 찾을 순 없지 않은가. 그 허전한 마음 속 한 구석을 채워주고자 등장한 것이 다름아닌 자동차. 소년 인류가 '자동차'에 환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찍이 전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대니 주코의 성공담이 시사하듯이 자동차는 꿈과 현실의 접점으로 모험을 가능케하고 여자를 얻게한다. ("차는 구했고, 이제 여자만 있으면 돼.") 그러니 자동차, 모험, 여자가 삼위일체를 이루게하는 샘 윗위키(e베이: ID 작업맨 217)의 지적이란 실로 얼마나 통찰력있는 것인가? 그리고 과연 그는 꿈의 원형 '로보트'와 꿈의 현실형 '자동차'가 접점을 이루는 트랜스포머를 만나서 그 근거를 완성한다. B 마이너스 인생에서 A 플러스 인생으로, 루저에서 전사로, 비인기남에서 지구의 운명을 좌우하는 슈퍼 스타로. 그 모든 꿈같은 일이 노란색 중고차를 하나 뽑으며 시작된다. 그 놈이 어느 달 밝은 밤에 스르르 사라졌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로보트로 변신, 두 발로 직립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줄을 누가 알았으랴. 이런 로보트와 친구를 먹었으니 모험으로 잔뼈가 굵을 알라딘과 신밧드도 불계패를 인정하며 수건을 던지고도 남을 환상적 모험이 따라오는 것은 정말 당연지사 아닌가. 고물 자동차만 가졌어도 여자가 줄줄 생긴다는데 '로보트로 변신하는 자동차'를 가졌으니 없던 여복도 터질 수 밖에. 이 놀라운 신화는 침대 위에는 '월간 오너 드라이버'를 침대 밑에는 '쭉쭉빵빵 여인들' 따위의 잡지를 숨겨놓는 우리 소년 인류의 취향에 완벽히 맞아 떨어진다. 정말 소년 인류 만세다.
(200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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