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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 미발표 앨범에 대하여 칼럼을 쓰는 방법

낙농콩단/Season 1-5 (2000-2005)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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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대상을 놓고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일기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설명문이든, 감상문이든, 기사문이든, 그 밖의 뭐든 간에. 그냥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울진데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글이라면 더욱 어렵고 골치가 지끈거릴 것이다. 천성적으로 그런 재주를 타고 난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게다가 누구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대중적인 분야의 글감이라면 글쓰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예컨대 ‘키토산 인산염 현탁액의 전기유변학적 특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고, 나올 수 있는 의견도 한정되어 있지만,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영화라면 (가령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나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을 생각해보면) 나올 수 있는 의견이란 수천 수만가지일 것이다. 이런 경우 자칫 함부로 어설프게 끄적거렸다가는 난감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누군가는 기분 나빠할 수도 있으며, 어쩌면 누군가는 거세게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의 항의를 받을 이유도 없고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이유도 없으며 누군가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요구받을 일도 없다. 왜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나는 얼마전 오하이오 톨레도 출신의 4인조 록밴드 ‘파라독스와 옥시모론’과 프론트 맨 I. C. 위너(I. C. Wiener)로부터 그의 미발표 앨범에 대한 홍보용 칼럼을 부탁받았다. (칼럼이면 칼럼이지 홍보용 칼럼이란 또 무엇이냐. 쉽게 말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의 글쓰기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 그들의 제안만큼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파라독스와 옥시모론’라는 그룹은 실제 존재하지 않고 I. C. 위너도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며 그들의 앨범 또한 실제 나와있는 앨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진실로 그것은 참으로 부담 없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Artist : 파라독스와 옥시모론
Title :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 
Release Date : 2004.10.15 
Description: 와신상담, 절치부심, 권토중래 끝에 3년만에 돌아온 록밴드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의 숨겨진 신보.
 
TRACK LIST 
1. 인트로 (feat. 검은고양이) 
2.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 
3. 오! 휘파람을 불어보오. 그러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대여 (feat. 몬태규 “로튼” 제임스) 
4. 연인들의 만남으로 여정은 끝난다네 (feat. 쉘-리 잭슨과 제비뽑기밴드)
5. 야채 다 넣어주세요 (feat. 플랭크 스테이크 주니어)
6. 그는 주먹으로 기둥을 치며 여전히 유령이 보인다고 소리친다 (feat. 리차드 “바크” 만)
7. 나의 사랑은 줄이 끊어진 만돌린이어라 
8. 나의 사랑은 줄이 끊어진 만돌린이어라 (Reprise)
9.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feat. 리타드 “매드” 선과 래퍼 헬하운드)
10. 문장은 단 한 번만 들려드립니다 (Instrumental)
11. 보세창고 랍스터 (feat. H.P. 랩탑 크래프트) 

 

1. 인트로 (feat. 검은고양이) Intro (feat. Black Cat) 
  따로 이름을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냥 '인트로'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이 3분 13초의 짧은 연주곡은 앨범의 포문을 연다. 고장난 메트로놈을 연상시키는 딱딱한 비트 위에 더해지는 무절제한 피아노 소리가 신경을 긁어내기라도 하는듯이 귀를 놓아주지 않는 무서운 곡이다. 패턴이 없는 전위적인 트랙을 만들고 싶었다는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은 이 곡의 부제는 '무작위'라고 살짝 귀띔하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 사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무작위적 패턴에는 한계가 있고, 컴퓨터가 발생시킬 수 있는 난수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진정한 무작위를 실현하기 위해 피아노 위에 검은 고양이를 건반 위에 던져놓고 마구 굴렸다. 그럴듯한 소리가 나올 때까지 굴리고 또 굴렸다.” 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38초경, 1분 37초경, 그리고 2분 25초경에 나는 섬뜩한 고양이 울음소리는 바로 이 때문. 

 

2.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 I thought for a Long Time About What Move to Make (But I F**k’d Up)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의 프론트 맨  I. C. 위너 특유의 파란만장한 중저음을 한것 살린 발라드 곡으로 장고(長考), 즉 오랫동안 깊이 고민한 끝에 하필이면 악수(惡手)를 두고야 말았다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파라독스와 옥시모론'는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뽑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도로-아미타빌 레코딩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4개월간의 칩거 끝에 이 곡을 녹음해 내었다. 도입부의 아련한 캐스터네츠 소리만 일흔 여섯 번에 걸쳐 다시 녹음 했을 정도이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전설적인 템버리스트 드류 P. 위너(Drew P. Wiener)와 서른일곱 명의 로켓무용단이 코러스로 동원되었으며, 앨범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보너스 트랙에서는 버트크릭 공립고등학교 기악반으로 구성된 60인조 오케스트라가 동원되어 곡의 마리아나 해구적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3. 오! 휘파람을 불어보오. 그러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대여 (feat. 몬태규 “로튼” 제임스) Oh, Whistle, and I'll Come to You, My Lad’ (feat. Montague “ROTTEN” James)
  한 줄기 휘파람으로 시작하여 악기를 하나씩 더해가며 99가지 합주를 이뤄내는 정신나간 구성의 곡이다. 2번 트랙이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이 가진 대중성의 정점을 보여주는 곡이었다면, 이 곡은 '파라독스와 옥시모론'가 가진 난해한 해독블능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곡이라 하겠다. 봄바람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부르는 발랄한 왈츠풍의 전반부, 퓨전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강렬한 비트위로 칠판 긁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충격적인 중반부, 그 두 가지를 왔다갔다하는 충격적인 후반 4분. 그야말로 조증과 울증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이 놀라운 노래의 보컬파트를 I. C. 위너는 여처 테이크로 끊어 녹음하지 않고, 단박에 한자리에서 불러 제끼어 "그런 미친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미친 또라이는 당신들 밖에 없을 거다" 라는 해외파 엔지니어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한편 이 곡에는 지난 겨울에 ‘’호기심에 대한 경고와 다른 고스트 스토리들’이라는 노래로 빌보드 싱글차트 2844위 근처까지 치고 올라갔던 관록의 호러 펑크 로커 ‘몬태규 “로튼” 제임스’도 참여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4. 연인들의 만남으로 여정은 끝난다네 (feat. 쉘-리 잭슨과 제비뽑기밴드)Journeys End in Lovers Meeting (feat. Shell-ey Jackson and the Lottery Band)
  이 앨범의 유일한 사랑노래이다.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은 이 노래를 두고 ‘사이먼 앤 가펑클’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사실 곡에서도 가사에서도 어떤 연관성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제목은 세익스피어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고 곡은 힙합인데 마지막으로 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이먼 앤 가펑클’은 갈라서기 전에도 갈라선 후에도 힙합 비슷한 곡을 녹음한 적이 없다. 여기에 대한 질문을 하자 ‘파라독스와 옥시모론’ 측은 "어차피 인생은 홀로서기여" 라며 강한 자신감이 담긴 (그러나 알쏭달쏭한) 답을 보내왔다. 한편 이 트랙에는 세간에서 저주받은 밴드로 불리는 ‘쉘-리 잭슨과 제비뽑기밴드’가 자진 참여하여 곡을 빛내주었다. 섬뜩한 노래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피처링 해주는 ‘제비뽑기밴드’ 언니들의 야리야리한 고음이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의 파란만장한 중저음과 뒤섞여 당장이라도 춤을 추고 싶을만큼 신나는 노래로 완성되었다. 또한 이 트랙에는 두 가지 재미나는 사연이 담겨있는데, ‘인트로’에 등장했던 아까 그 검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간간히 들린다는 것이 첫번째이다. 두번째는 '파라독스와 옥시모론'과 ‘제비뽑기밴드’의 불화에 관한 것인데, ‘어서/어서/ 모두 다 던져야 해’라는 가사 내용의 일부가 쉘-리 잭슨과 그녀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결국 그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고, 따로따로 녹음을 하고야 말았다고 한다. (업계에서 뒤끝 있기로 악명이 자자한 I. C. 위너은 결국 그녀들의 이름을 감사의 글에 조차 적지 않았다.)

 

5. 야채 다 넣어주세요 (feat. 플랭크 스테이크 주니어)All the Way (feat. Flank Steak Jr.) 
  이 앨범의 유일한 커버곡이다. 지미 밴 하우젠이 작곡하고 새미 칸이 노랫말을 붙인 유명한 재즈 스탠다드다. 1957년에 프랭크 시나트라에 의해 발표되었으며 같은 해 프랭크 시내트라 주연의 영화 ‘The Joker is Wild’에 삽입되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말 이유를 모르겠는 건 이 곡이 이 앨범의 주제에 맞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녹음이 끝나 당장 다음 주에 시중에 풀릴 앨범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니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이 노래에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아들 프랭크 시나트라 주니어의 모방 가수인 플랭크 스테이크 주니어가 참여하였다. 국내 발매를 담당하는 폴리(킬로)그램 코리아 음반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트랙의 한글 제목이 ‘야채 다 넣어주세요’로 나오게 된다고 한다. 그간 있었던 팝송 제목 번역 논란들(‘부주의한 휘파람,’ ‘막다른 길,’ ‘큰 큰 세상,’ ’처녀처럼’ 등)에 필적할 또 한 번의 커다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6. 그는 주먹으로 기둥을 치며 여전히 유령이 보인다고 소리친다 (feat. 리차드 “바크” 만)He thrusts his fists against the posts and still insists he sees the ghosts (feat. Richard “BARK” Mann)
  언제나 한발 앞서 날카로운 메세지를 전달하는 '파라독스와 옥시모론'가 현대사회의 소통 부재를 짚어낸 곡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 한 켠에는 타인이 자신을 알아줬음을 바라는 마음도 있다는 내용의 가사라고 본인들 스스로 밝혔다. 멜로디 메이커로서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의 감각이 돋보이는 이 곡은 본작의 베스트로 손꼽을만큼 멜로디가 아름답고 인상적인 록이다. 그는 최근의 트랜드에서 벗어난 아주 간결한 구성과 피아노 반주만을 고집했고, 그 예스러운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하기 위해 리차드 “바크” 만과 캐슬록 스튜디오를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얼마전 그들은 한 인터뷰에서 "록의 열정이란 우리에게 물과 공기와 같은 것이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예스러운 감성에 접속할 수 있는 클래식 록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이 회심의 트랙은 나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록'을 완성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가 있다. 자그마치 3개월이나 걸려 써냈다는 가사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에비씨디이에프쥐/에이치아이제이케이엘엠엔/오피큐알에스티유/브이더블유엑스와이지/이제 에비씨를 배웠습니다/나와 함께 노래부르자.'처럼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써낼 수 없는 독특하고도 현학적인 가사를 반드시 주시해야만 할 것이다.

 

7. 나의 사랑은 줄이 끊어진 만돌린이어라 How to Fix My Broken Mandolin String? (And It Reminds Me of a Broken Love)
  4년 전 어느날, '파라독스와 옥시모론’과 I. C. 위너는 오랜된 만돌린을 창고에서 찾아내었다. 반갑기도 하고, 또 옛날 생각도 나서 한번 쳐보려고 자세를 잡고 앉았는데, 막상 손가락이 닿아야 할 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관리를 안해서 모든 줄이 끊어졌던 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나의 사랑은 줄이 끊어진 만돌린이어라'라는 곡을 '세븐에이트'로 머리 염색을 하며 칠팔분만에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그 멜로디가 어찌나 구슬프던지 '파라독스와 옥시모론'는 한동안 피아노 앞에 앉을 수가 없었고 그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된 동네 강아지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하나둘씩 죽어가는 일마저 발생하였다. 그 노래를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공개하게 된 이유도 다름 아닌 죽은 강아지들의 주인이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에게 손해보상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재판은 지난 3년동안이나 계류중이었고, 끝내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은 올해 초 지방법원에서 패소하여 개 값을 전액 물어주고야 말았다. (앞서서 4번 트랙 ‘연인들의 만남으로 여정은 끝난다네’가 유일한 사랑 노래라고 언급하였는데 이 부분을 정정한다. 이 앨범에는 사랑 노래가 4번 트랙과 7번 트랙으로 총 두 곡이 되겠다.)

 

8. 나의 사랑은 줄이 끊어진 만돌린이어라 (Reprise)How to Fix My Broken Mandolin String? (And It Reminds of Me a Broken Love) (Reprise)
  7번 트랙 ‘나의 사랑은 줄이 끊어진 만돌린이어라’의 Reprise가 다음 트랙에서 2분 32초 동안 이어진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심정으로 내친 김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앞선 노래가 마음에 들었던 청자들이라면 아마 이 트랙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9.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feat. 리타드 “매드” 선과 래퍼 헬하운드)Nightmare ay 20,000 Feet (feat. Retard “MAD” Son & rapper HellHound)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비행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멤버를 뽑을 때 이 점을 확인하고 뽑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는 분명히 신기한 일이다. 때문에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의 투어는 늘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하는데 가끔씩 간혹 부득이 비행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마다 이들이 겪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이 경험을 담아서 이들은 비행에 가수로의 커리어를 비유하는 가사를 만들어내었다. 더 높이 날아오르면 날아오를 수록 더 두려움이  더해진다는 내용으로 인기 정상의 '파라독스와 옥시모론’가 느끼는 무대 밖에서의 외로움을 그린 내용이다. 쟈니 칼슨과 밥 딜런을 연상하게 하는 이 컨트리 록을 완성하기 위해 참여한 최고의 밴조 연주자 리타드 “매드” 선의 신들린 밴조 연주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마다 양념처럼 더해지는 래퍼 헬하운드의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도 이 트랙을 흥미롭게 만든다.

 

10. 문장은 단 한 번만 들려드립니다 (연주곡)The Statements Will Be Spoken Just One Time (Instrumental) 
  월드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비행 공포증과 더불어) 언어적인 한계에 발목이 잡힌 ‘파라독스와 옥시모론’의 애환이 녹아있는 연주곡이다. 사람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는데,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를 무조건 한번만 들려주는 비정한 리스닝 시험에 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행복은 토플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제목을 붙이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ETS에서 강력한 항의편지가 날아왔고, 장문독해에 특히 취약했던 '파라독스와 옥시모론'는 결국 긴 항의 편지를 읽지도 못한 채 두 손을 들고 제목을 고쳤다고 한다. 

 

11. 보세창고 랍스터 (feat. H.P. 랩탑 크래프트) Bonded House Lobsters  (feat. H.P. Laptop Craft)
  현재 이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 가장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노래라면 단연 마지막 트랙의 ‘보세창고 랍스터’일 것이다. 보세창고란 세관에 대하여 수입절차를 마치지 않은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여기에 보관중인 물품은 아직 수입품이 아니기 때문에 관세는 물론 소비세나 물품세와 같은 내국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렇게 물품을 보세상태로 장기간 장치·보관함으로써 무역상의 금리부담을 경감시키는 동시에 상기 파악의 편의를 줌으로써 거래의 원활과 중계무역 등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위키피디아 참조) 그런데 그런 곳에 물정 모르는 랍스터가 한 마리 슬금슬금 기어 들어왔다는 것이 가사의 내용이다. 크툴루 교향악단의 명 지휘자 H.P. 랩탑 크래프트가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끌고 참여한 17분 24초짜리 대곡인데다가 뮤지컬적인 요소도 상당히 다분하여, 프론트 맨 I.C. 위너 외의 다른 ’파라독스와 옥시모론’ 멤버들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리드 기타리스트 휴 G. 렉션 (Hugh G. Rection)이 변사를, 리듬 기타리스트 딕시 노머스 (Dixie Normous)가 보세창고 직원을, 드러머 마이크 로치(Mike Rotch)가 세관원을, 키보디스트 올라프 마이프렌자게이(Olav Myfriendsaregay)가 랍스터를 각각 맡아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로 그 점에서 전설적인 그룹 ‘퀸(Queen)’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와 모종의 관계가 있지는 않은지 의혹을 사고 있지만 '파라독스와 옥시모론’ 측은 "우리 머리에서 나온 순수 창작물이며 ‘퀸’이 1975년 발표한 노래와는 절대 어떤 연관성도 없다"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200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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