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56. 키드니아 크로니클스

낙농콩단/Season 11-15 (2011-2015)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2. 6. 17.

본문

1. ‘키드니아’와 그 창립자 미스터 휴 잭스 (Hugh Jax)에 관하여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드니아’를 만든 (주)수잔손테크의 대표 휴 잭스(46).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낸 작은 세계에서의 경험을 통해 어린이들이 미리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고 꿈을 키우길 바랐다. 무릇 아이들이란 꿈을 꾸기 위해 존재하는 법. 마땅히 그 꿈은 보호받아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어른들의 논리에 포섭당해선 안된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어른들이 그 안에 입장해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굳이 설명을 드리자면 ‘키드니아’는 그런 공간이었다. 어른들로부터 격리된 137 평방킬로미터의 미니 도시 안에서, 만 5세부터 만 7세까지의 미취학 아동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해 일찌감치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게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바로 이 새로운 개념의 테마파크가 지닌 취지였다. 선생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는 선생이 되어 선생질을 했고,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는 의사가 되어 의사질을 했다.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는 경찰이 되어 경찰질을 했고,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는 변호사가 되어 변호질을 했다.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는 가수가 되어 가수질을 했고,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는 배우가 되어 배우질을 했다. 그 밖에도 다른 뭔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있었겠지만 나머지 직업이란 극히 미미한 꿈이어서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니 일일이 열거하지 않기로 한다. 
(출처: 휴 잭스 평전: 무엇이 그를 휴 잭스로 만들었는가, 도서출판 음양사, 2010, pp.39-40)
 
2. ‘키드니아’ 입소 자격 및 과정에 관하여

  어린이들에 의한,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들의 도시, ‘키드니아’ 입소 자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 5세에서 만 7세 사이의 미취학 아동
  직계 존속을 제외한 3인 이상 성인의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아동
  2년치 키드니아 생활 및 교육 비용을 선납입 할 수 있는 집안의 아동 

  ‘키드니아’ 입소과정은 두 가지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과정은 ‘키드니아’ 안에서 어린이가 희망하는 직종에 대한 지원서 및 에세이를 적어내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꿈을 가급적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물론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어차피 지원한대로 다 이뤄지지도 않습니다.) 이 지원서 및 에세이는 내부 3인과 외부 2인으로 구성된 특별 사정관들에 의해 심사됩니다. 두 번째 과정은 '행운의 수레바퀴’입니다. 이 부분이 좀 중요한 까닭은 어린이들의 꿈에 현실적인 요소를 덧칠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행운의 수레바퀴' 룰을 모르시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① 레버를 힘차게 당겨 ② 수레바퀴를 돌리고 ③ 수레바퀴의 회전이 멈추었을 때 ④ 화살표가 가리키는 칸에 있는만큼 돈을 받는 것이지요. 물론 정말 돈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가상의 놀이라고는 하지만 진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광경이 교육상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칩을 사용합니다. 운이 좋은 아이는 칩 백만 개를 가지고 ‘키드니아’ 생활을 시작합니다. 반면 운이 나쁜 아이는 칩 몇 백개로 시작하겠지요. 더 운이 나쁜 아이는 칩 하나 없이 맨 몸으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 원리를 세 글자로 요약하자면, 예, 그렇습니다. '복불복'입니다. 
(출처: 키드니아 제 17기 오리엔테이션, 2009년 8월 17일, 언페어필드 호텔 사파이어룸)

3. 사례 연구 1 - 만 6세 크리스 P. 베이컨 (Chris P. Bacon) 어린이에 관하여

1차 지망: 초등학교 교사
행운의 수레바퀴: 칩 백만개

  크리스의 지원서를 보면 그가 희망한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하지만 '행운의 수레바퀴'에서 행운이 조금 (많이) 따랐다. 칩 하나가 정확히 현실에서 얼마만큼의 가치에 상응하는지 굳이 밝히지 않는 것이 ‘키드니아’의 원칙이다. 어린이들에게 현실을 선행학습하게 하되 그렇다고 너무 현실에 너무 물들지는 않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전 내부 임원의 증언에 따르면 칩 하나가 빅맥 100개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마침 빅맥 지수라는 것이 있으니 계산을 해보자면 2011년 미국의 빅맥 하나는 4.07달러이고 한국의 빅맥 하나는 3,700원이다.) 그러니 칩 백만개를 들고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된 크리스가 이 롤플레잉에서 얼마나 풍족한 조건에 놓였는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으리라 믿는다. 크리스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키드니아’ 초등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돌아 나오는 길에 그는 부동산에 들러 부동산 중개업자 어린이와 거래하여 펜트하우스를 샀고 자동차 영업소에 찾아가 자동차 딜러 어린이와 거래하여 페라리를 샀다. 그리고 그 펜트하우스와 페라리를 관리하기 위해서 가정부 어린이와 운전기사 어린이를 각각 고용했다. 학교를 때려치웠으므로 크리스는 낮동안 할 일이 없었는데 그래서 돈놀이, 아니 칩놀이를 시작했다. 젊은 사업가 어린이들에게 투자를 하고 이자를 받아 챙겼다. 그가 은행 근처에만 나타나도 은행원 어린이들은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와서 극빈 대접을 했다. 그는 칩놀이가 지겨워지자 집놀이를 시작했다. 주택을 매입하여 세입자 어린이들에게 다달이 월세를 받았고 그걸 모아서 더 많은 주택을 매입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팔고 차액을 챙겼다. 한때 ‘키드니아’ 내 주택의 13.6%가 크리스의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질 정도였다. 이후 그는 대오각성의 순간을 경험하는데 자신이 일일이 나서는 것보다 어린이 사람을 사서 칩을 불리는 것이 훨씬 싸고 편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세상에는 칩 몇 개만 던져주면 그를 위해 죽어라고 일할 가난하지만 똑똑한 아이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 그의 칩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 이제 그를 설명하기에 '백만장자'라는 말은 턱 없이 부족했다. 성장기 어린이의 왕성한 세포 분열 속도보다 그의 칩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크리스는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었다.
- 아, 하루에 칩 만 개씩 쓴다고 해도, 미처 다 못쓰고 ‘키드니아’를 졸업하게 생겼구나! 

  크리스는 눈물을 머금고 키드니아 국립 대학에 전 재산의 0.5% 정도 되는 칩을 기부하였다. 키드니아 국립대학에서는 명예학위로 보답했다. 언론과 대중의 찬사가 이어지며 의도치 않게 이미지가 좋아지자 그는 명예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는 정계에 진출하여 키드니아 의회로 입성했다. 특히 키드니아의 재산세 체계를 완전히 새로이 세워 (재산의 따라 세율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배출되는 생화학 가스 양에 기준하여 세금을 매기도록 하는 (일명 방구세) 법안의 발의는 ‘키드니아’의 의회 역사에 있어 결정적 순간 중의 하나로 길이 남게 될 것이 분명했다. 만 8세 생일. ‘키드니아’를 떠나기 일주일 전. 크리스는 남은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공공 재단이나 복지 모금회나 사회 단체는 믿지 못하기에 자기 이름을 딴 ‘크리스 P. 베이컨 장학재단’을 만들고 최측근들에게 운영을 맡겼다. 그 재단의 규모가 칩 10조개에서 최대 12조개에 이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키드니아’ 전 지역에 가득 울려퍼졌다. 

  비록 크리스는 이제 ‘키드니아’를 떠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초등학생으로 새롭고 보잘것 없는 생활을 시작하겠지만 그 아름다운 이름과 위대한 기부 행위는 ‘크리스 P. 베이컨 장학재단’과 함께 길이길이 전해질 것이다. 
(출처: 키드니아 잠입 취재기, 키드니아 운영 위원회, 닫힘원, 2011, pp.136-139)

4. 사례 연구 2 - 만 7세 바브 E. 큐 (Barb E. Cue) 어린이에 관하여

1차 지망: 변호사
행운의 수레바퀴: 칩 오십개

  바브 E. 큐 어린이는 처음부터 그리 운이 좋지 않았다. '행운의 수레바퀴’에서 칩 오십개를 받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칩의 가치를 굳이 현실 화폐의 그것으로 치환하려는 것은 ‘키드니아’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 다만 다른 아이들의 사례와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대략 어느 정도의 조건에서 이 롤플레이를 시작했던 것인지 독자 여러분들도 쉽게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사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칩 오십 개에서 오백 개를 가지고 ‘키드니아'에 태어난다. 2010년 키드니아 운영위원회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평균 368.9개. 비록 평균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바비큐 역시 평균적인 사례 중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당장 주어진 과제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다. 옷이야 단벌로 어떻게든 버티면 되겠지만 세탁은 해야할 것이다. 칩 하나면 세탁방을 열 번 이용할 수 있다. 식권은 조금 더 골치 아프다. 칩 하나면 석 장을 살 수 있다. 기껏해야 하루다. 더 큰 문제는 집이다. ‘키드니아'의 집세, 혹은 방세는 대개 주 단위 지불이 원칙이다. 아무리 싸고 저렴한 방이라도 칩 여덟개에서부터 시작이다. 한 달이면 서른두개다. 한 달만 지나도 수중의 칩이 거덜날 지경이다. 바비큐는 숨이 탁탁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방구세. 옷이 있으나 없으나, 밥이 있으나 없으나, 집이 있으나 없으나 내야하는 ‘키드니아’의 가장 중요한 세금. 사람마다 대사체계가 다르니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보통 한 달에 칩 여섯개에서 일곱개씩은 내고 있다. 바비큐 역시 아무리 노력한들 (노력한들?) 한 달에 칩 다섯개는 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는 만 일곱살 어린아이답게 세금 부과의 기준을 방귀로 통일한다는 아이디어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것이 피부에 와닿으니 죽을 맛이었다. 알딸딸하다. 이게 공평한 건지 공평하지 않은 건지 아리송했다. 일면 나름의 근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칩 많은 놈들은 가스가 많이 생기는 기름지고 소화 안되는 음식을 많이 먹을테니 칩 없는 놈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빈번히 독한 가스를 내보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런가?) 애초에 의회에서 크리스 P. 베이컨 의원인가 뭔가 하는 놈이 주장한 근거도 그런 맥락이라고 들었다. 한편으로는 방귀 열 번 뀐 도널드 트럼프가 어른 돈으로 세금 10만원 내는 동안 방귀 세 번 뀐 바비큐 어린이가 어른 돈으로 세금 3만원 낸다고 한다면 그게 과연 공평한 처사일까 싶기도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옷 입고 밥 먹고 집세 내고 방구세까지 내려고 한다면 당장 일을 시작해야 했다.   사실 바비큐는 ‘키드니아’에 입소할 때 '변호사가 되어 억울한 사람들의 편에 서고 싶습니다'라고 에세이를 써냈다. ‘키드니아’는 그 꿈을 막진 않는다. 다만 밀어주지도 않는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각자 저마다 주어진 조건에서 알아서 해결할 '자유'를 줄 뿐이다. 그것이 바로 ‘키드니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변호사를 할 수는 있지만 (지가 하겠다는 데 누가 막겠나) 무슨 수로 사무실을 개업하냐는 말이다. 사무실 임대료는 또 어떻게 해결하냐는 말이다. 그러니 당장 변호사 어린이로 활동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아무 일이든 일단 하고 볼 일이었다. 

  바비큐 어린이는 골프공 제조공장에 들어갔다. 칩 스무개를 주급으로 받았다. 폴리부타디엔 덩어리를 압축 성형하고 연마하는 과정까지가 그의 일이었다. 공장의 다른 어린이들은 플라즈마 공정을 진행하거나 우레탄 커버를 씌우거나 브랜드를 새겨넣거나 광 내는 일을 했다. 그 달 말일에는 회사의 최대 투자자라는 크리스 P. 베이컨이라는 어린이가 방문하여 공장 노동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 저 분이 방구세를 만들었다는 전설의 그 양반이구나! 모두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바비큐 어린이가 변호사가 되기까지 먼 길이 남아 보인다. 아직은 먼 이야기다. 월세방은 여름에는 더웠고 겨울에는 추웠으며 장마에는 물이 넘쳤고 가뭄에는 말라 부스러졌다. 일은 고되었다. 하루 작업을 끝내고 나면 몸 구석 구석이 욱신거렸다. 화학 약품 때문인지 목이 아팠다. 손 끝에 굳은 살이 박혔다. 신장이 나빠지는 것도 같았다. 잠깐! 그런데 ‘키드니아’는 어린이들이 생산한 것을 어린이들이 소비함을 원칙으로 하는 어린이들의 사회인데 왜 골프공이 필요하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 에라 모르겠다,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힘든 여건이었지만 바비큐 어린이에게는 꿈이 있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될 놈들은 다 되는 법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는 과연 용일까? 이무기일까? 물뱀일까? 이제부터 바비큐 어린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출처: 키드니아 성공 신화, 자유시장경제 연구회, 시공감리사, 2011, pp.96-99) 

5. 홍보자료가 밝히는 ‘키드니아’의 효과에 대하여

[큰 제목] 부모 회원님들의 극찬 
[중간 제목] "애들 눈빛부터 달라졌어요." 
[작은 제목] 미운 일곱 살은 이제 옛말…… 덩달아 부부 금슬까지 좋아져.

  직접 들어보시죠. ‘키드니아’ 회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울란바토르에서 오신 42세 자영업자 올라프 마이프렌자게이(Olav Myfriendsaregay) 회원님의 이야기입니다. 올라프 회원님은 지난 2008년부터 2년 동안 아이를 ‘키드니아’에 보내셨습니다.  

"저희 집 아이는 싹수가 노랬죠. 그렇게 물러터지고 의지 박약하고 목표 의식이 없어서야 도대체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버텨낼지 걱정이었습니다. 어린 놈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라는 식으로 살고 있으니 제 속이 터질 수 밖에요. 그런데 ‘키드니아'에 2년 다녀오고부터 애가 확 달라진 겁니다. 독기도 생겼고 눈빛도 매서워졌어요. 자기가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도 알게 된 것 같고요. 자기가 쓰는 돈이 부모가 땅 파서 갖다 준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제 뭐 즉시 전력감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싶어 마음이 놓입니다. 저희 집 아이를 패기와 오기로 똘똘 뭉치게 만들어주신 ‘키드니아’ 관계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은 토론토에서 오신 38세 회사원 마이크 로치 (Mike Rotch) 회원님의 이야기입니다. 공문도 회원님은 지난 2009년부터 2년 동안 아이를 ‘키드니아’에 보내셨습니다.

"저희 집 아이가 그때 막 여섯 살 생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걱정이 많았죠.  그러지 않아도 동네에서 수위를 다투는 말썽쟁이인데 일곱 살이 되면 얼마나 개판을 치겠습니까? 눈 앞이 캄캄했어요. 그 때 ‘키드니아'를 알게 되었어요. 반신반의했죠. 처음엔. 아무리 말썽쟁이라도 아이와 2년씩 떨어져 있는 건 내키지 않았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키드니아’ 덕분에 집중력 장애에 정서 불안인 여섯 살 골치덩이는 사라졌고 2년 만에 의젓한 여덟 살의 아이가 돌아왔으니까요.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때문에 싸우면서 한때 와이프와의 사이도 많이 나빠졌었는데 지난 2년 동안  아이 없이 둘 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면서 금슬도 다시 좋아졌어요. 마치 신혼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마이크 로치 회원님의 아이 여덟살 마이크 로치 주니어 (Mike Rotch Jr.) 어린이는 ‘키드니아’에서 보낸 2년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뭐랄까.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노력하는 놈은 재능있는 놈을 이길 수 없고요. 재능있는 놈은 돈 많은 놈을 이길 수 없고요. 돈 많은 놈 이길 방법은 딱 하나 뿐인 것 같아요. 운빨 터진 놈이 되는 거죠."

  이렇게 ‘키드니아'는 지금 이 순간에도 회원님들의 사랑 속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유일의 어린이 직업 체험 2년제 테마파크 ‘키드니아’! 망설이지 말고 상담 한 번 받아 보세요. 
(출처: 2012년 전반기 키드니아 입소생 모집요강, 키드니아 운영 위원회, 키드니아 출판부, 2011, pp.383-384)

6. ‘키드니아’에서 발생한 위험천만한 사건들에 관하여

  '키드니아' 운영 철학의 핵심은 어린이들에게 직업의 세계를 미리 체험하게끔 기회를 제공한다는 부분에 있다. 관리 본부가 24시간 CCTV를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관찰하게끔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어른들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어 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위험천만한 사건들이 종종 발생한다. 어린이 기관사들이 운전하던 모노레일과 모노레일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키드니아'와 같은 성격의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모노레일 운전과 같은 위험하고 숙련을 요하는 일을 정말 어린이들에게 맡겨도 좋으냐는 점에 있어 논란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연유에서 정말 어린이들에게 맡겨보자는 결론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사고 이후 부상당한 어린이들의 처치를 어린이 구급대원들이 했던 것도 문제였다. 초기 응급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2차 감염이 속출했다. 키드니아 종합병원의 어린이 의사들은 이 점을 지적하며 어린이 구급대원들을 비난했다. 어린이 구급대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부족한 인원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함부로 자신들을 심판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의사들의 안이하고 소극적이며 전혀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반발했다. 실제 키드니아 종합병원에서 어린이 의사들이 하는 일이란 태반이 빨간약과 부루펜 시럽, 마데카솔, 그리고 호랑이 기름으로 해결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린이 구급대원들이 하는 일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전문성과 난이도가 낮았다. 그럼에도 어린이 의사와 어린이 구급대원의 주급 차이는 열 배가 넘었다. 이 사건은 커다란 논란을 일으키며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었던 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키드니아'의 사회 시스템 전반이 이런 식의 불협화음을 내었다. 어린이들은 지식이 부족했고 경험이 부족했으며 힘도 딸렸다. 몇 안되는 어른들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CCTV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암리츠아 성역회전 이후의 자유행성동맹을 보는 것 같았다. 
(출처: 휴 잭스 평전: 무엇이 그를 휴 잭스로 만들었는가, 음양사, 2010, pp.124-126)

7. 건강특집: 신장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
  신장에 좋은 음식이란 신장에 부담을 덜 주는 음식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걸러야 할 노폐물과 독소가 적으면 적을 수록 신장에 좋은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신장을 콩팥이라고도 합니다만, 이름 그대로 콩과 팥이 좋습니다. 콩과 팥은 이뇨 효과가 뛰어납니다. 이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녀석들이 또 옥수수와 녹두입니다. 늙은 호박도 특효약입니다. 배와 오이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 채소도 좋습니다. 
(출처: 허쉬퍼핑턴 포스트, 2011년 09월 21일자, 13면)

8. 사례 연구 3 - 만 5세 프랭크 N. 스테인 (Frank N. Stein) 어린이에 관하여

1차 지망: 저널리스트
행운의 수레바퀴: 칩 만개

  프랭크 어린이는 '행운의 수레바퀴'에서 칩 만개에 걸렸다. 말하자면 평균 이상의 조건에서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그는 본래 저널리스트가 되기를 희망했다. 에세이도 그렇게 써냈다. 하지만 갑자기 관심이 다른 쪽으로 기울었다. '키드니아' 안의 저널리즘도 바깥 세상의 저널리즘과 마찬가지로 개판 오분 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똑똑했고 돌연 한 번 '키드니아'를 쥐고 흔들어 보고 싶단 야심이 생겼다. 그는 크리스 P. 베이컨에게 접근했다. 현실에서 같은 동네 출신이라는 연줄을 이용해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고 ‘크리스 P. 베이컨 장학재단’의 1호 수혜자가 되었다. 넉넉한 칩을 갖고 '키드니아' 생활을 시작한 프랭크가 수혜를 받는단 사실은 누가 봐도 장학사업의 취지와 거리가 있었지만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운영에서부터 감사에 이르기까지 죄다 크리스 P. 베이컨의 최측근이 맡고 있는 ‘크리스 P. 베이컨 장학재단’의 놀라운 불투명성 덕분이었다. 그리고 로비스트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프랭크는 인맥을 개발하는데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현실 세계에 '케빈 베이컨 법칙'이 있다면 '키드니아' 안의 세계에는 '프랭크 N. 스테인의 법칙'이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었다. '키드니아'에서는 누구나 여섯단계만 건너면 그와 아는 사이였다. 이 막강한 인맥을 바탕으로 그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유대 관계를 형성했다. '키드니아' 안의 세계도 바깥의 어른들 세계와 똑같아 혈연, 지연, 학연에 좌우되는 판이라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칩이 필요하면 칩을 빌릴 수 있었고 힘이 필요하면 힘을 빌릴 수 있었다. 그는 유력 인사들과 어울려 멀티방에 들어가 초코우유를 빨았다. 방귀도 북북 뀌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뀌는 방귀에 붙을 방구세는 재계에서 대신 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무렵부터 프랭크 어린이는 '키드니아' 사회 시스템의 오작교임을 자처하게 되는데, 정계라는 견우와 재계라는 직녀를 칠월 칠석 아닌 때에도 자연스럽게 만나게끔 해주는 '뚜쟁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이다. 당시 '키드니아' 내 검은 칩 치고 프랭크  어린이를 거쳐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위로, 사람이 생각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비리, 청탁, 뇌물, 향응, 접대가 그의 보이지 않는 손을 거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비상하던 프랭크 어린이가 꺼꾸러진 것은 대규모 분식회계를 자행한 온라인 상거래 기업 ‘제인 굿딜’의 버블이 터지면서 시작되었다. 그가 이 회사를 정계와 언론계쪽에 적극적으로 홍보해주며 주식 매수를 유도했던 이력이 있었고 그 댓가를 두둑히 챙겼던 이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마침 그의 뒷배였던 그 유명한 크리스 P. 베이컨이 ‘키드니아’를 졸업해서 막아줄 사람도 없었고 정권이 바뀌면서 보복성 쓰나미가 몰아친 것도 한 가지 치명타가 되었다. 그리하여 프랭크는 그 화려했던 성공기를 뒤로 한 채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변호사는 그간 프랭크 어린이가 '키드니아' 사회에 기여한 바를 감안하여 선처를 주장했다. 배심원 어린이들 사이에 격론이 오고 갔다. 결국 프랭크 어린이는 징역 1월에 집행유예 6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마치 세상이 망하기라도 한듯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리고 콜록거렸다. 일주일 내에 아무 이유 없이 지병이 도질 것만 같은 예감에 그는 자신의 비서에게 휠체어와 링거, 그리고 마스크를 미리 준비해두라고 일렀다. 
(출처: 키드니아 잠입 취재기, 키드니아 운영위원회, 닫힘원, 2011, pp.294-297)

9. 사례 연구 4 - 만 6세 드류 P. 위너 (Drew P. Wiener) 어린이에 관하여

1차 지망: 외과의사
행운의 수레바퀴: 

  누군가의 인생에 있어 운이 좌우하는 부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 드류 P. 위너 어린이는 '행운의 수레바퀴'에서 꽝을 뽑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일일까요? 일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일일까요? 천만에. '키드니아'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요즘 애들 말마따나,

대박

입니다. 아시다시피 '키드니아'에서의 삶은 공짜가 아닙니다. 바깥 세상에서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이 없는 것처럼 '키드니아' 안에서도 공짜는 없습니다. 칩 한 개도 없이 대로 복판에 버려진 드류 어린이는 정말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옷을 입을 수도 집을 구할 수도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당장 키드니아 중앙 모노레일역 대합실에서 잠을 자야 했습니다. 근처 편의점에서 버린 라면박스를 주워다가 덮고 말입니다. 끼니는 대체로 굶었습니다. 운이 좋으면 남들이 먹다 팽개친 컵라면이나 조각난 초코바를 얻을 수는 있었죠. 심지어 드류 어린이는 '키드니아'에서 그 흔하다는 골프공 공장조차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리 거지 같은 일도 거지는 받아주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봅니다. 그런데 거지도 방구세를 내야할까요? 모르긴 몰라도 그렇기는 할 겁니다만 드류 어린이는 내지 않고 버텼습니다. 당장 먹고 죽을 칩도 없었으니까요.

  언제부턴가 낯선 이들이 무리지어 드류 어린이를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뒷골목 냄새가 진동을 하는 그 어린이들은 그에게 놀랍고도 소름끼치는 제안을 던졌습니다. 바로 신장을 팔라는 것이었습니다. 신장 하나에 칩 삼천개가 시세인데 오백을 더 쳐준다고 하였습니다. 칩 삼천오백개라는 겁니다. 그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물론 자기 몸의 일부를 팔아 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라고 좋아서 하는 고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신장을 팔게되면 평균적인 '키드니아' 어린이들만큼의 조건에서 새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그를 망설이게 하였을 뿐입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어떤 놈은 당연히 저 앞에서 출발하는데 어떤 놈은 신장을 팔아 먹어야 비슷한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도대체 이 트랙을 달려야 할 의미가 있는 걸까요? 고뇌하며 드류 어린이는 팔았습니다. 자신의 신장을. 중앙 모노레일역 대합실을 오가는 지긋지긋한 '역세권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그러나 불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그렇게 끝날 불운이었다면 처음부터 '행운의 수레바퀴'에서 역사적인 꽝을 뽑는 기록을 남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어린이 장기 밀매자들이 대충 째고 대충 꿰멘 자리가 덧났던 것입니다. 굶주림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추위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통만큼은 (아무리 참는 데 익숙하다는) 드류 어린이도 참아내지 못했습니다. 병원비가 들어가고 약값이 들어갔습니다. 의료보험이 없는 그는 부담이 두 배, 세 배였습니다. 결국 신장 하나를 팔아먹고 받은 칩 삼천오백개가 사라지는데는 채 몇 개월 걸리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런 저런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리 선택이 없었을테니까요. 결국 드류 어린이는 중앙 모노레일을 타고 내리는 어린이들에게 슬그머니 접근하여 지갑을 슬쩍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라고 소매치기 기술을 타고 났을리 있겠습니까? 허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하다보니 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꽤 잘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잘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도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 일단 약값 때울 수 있을 정도로만 훔쳐야지. 그 다음부터는 건강해지면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사실 드류 어린이가 사지 멀쩡하여 건강하고 신장이 두 개 있던 시절에 '키드니아' 사회는 그에게 일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 암시와 자기 최면과 자기 합리화를 반복하며 소매치기 일을 계속했고 그렇게 예정된 파국이 도래했습니다. 개구리가 굴개굴개 울던 어는 초여름 날 하필이면 사복 차림이던 키드니아 중앙 경찰서의 경사 어린이의 지갑을 훔쳤다가 덜미를 잡히고 만 것입니다. 19분에 걸친 추격전 끝에 드류 어린이는 체포되었고 그간의 소매치기 이력이 줄줄이 들통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드류 어린이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활을 마감하고 재판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는 드류 어린이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선처를 애원했습니다. 배심원 어린이들 사이에 격론이 오고 갔습니다. 일말 동정의 의견도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없다고 남의 걸 훔쳐도 된다는 태도가 괘씸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드류 어린이가 방구세를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배심원 어린이들을 열받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일벌백계하여 시민 사회에 강한 씨그날을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결국 드류 어린이는 징역 3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어린이들의 세계 '키드니아'의 기준으로 보면 대단한 중형이었습니다. 
(출처: 키드니아의 불편한 진실, 사오정 지음, 도서출판 육지, 2012, pp.67-69)

10. '키드니아'의 동남아시아 진출 관련 기사.



[큰 제목] 테마파크 키드니아 베트남-인도네시아 수출 쾌거
[중간 제목] 동남아 어린이들에게도 수준 높은 직업 교육을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드니아'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다. '키드니아'를 운영하는 (주)수잔손테크의 휴 잭스 대표는 지난 13일 홍콩에서 (주)이쯔메서시마이와 계약을 맺고 ‘키드니아 베트남’과 ‘키드니아 인도네시아’의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이쯔메서시마이의 대표 똥 쭈안 꽌 리는 "'키드니아'의 독창적 아이디어와 무한한 잠재력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 수잔손테크의 휴 잭스 대표 또한 "이번 기회가 동남아 어린이들에게 어려서부터 다양한 직업 경험 노하우를 쌓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계약 성사 소식이 알려지자 (주)수잔손테크의 주가는 전일 대비 4.8% 상승했다. ‘키드니아 베트남’과 ‘키드니아 인도네시아’는 오는 올해 말 공사를 시작하여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각 매년 1만 5천명의 어린이 수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제조업 직종으로 의류 봉제 공장, 운동화 공장, 축구공 공장 등이 제공될 예정에 있다. 
(출처: 아시나경제, 2012년 04월 18일자, 2면) 

11. 골프공 제조 공정에 관하여
  지구는 지각, 맨틀, 핵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쓰리 피스인 것입니다. 골프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골프공은 커버, 레이어, 코어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쓰리 피스입니다. 핵을 내핵과 외핵으로 나눌 수 있듯이 코어가 두 부분으로 구성된 골프공도 있습니다. 그게 바로 포 피스입니다. 코어에서부터 작업은 시작됩니다. 온도를 높여 고무 원료를 부드럽게 만든 이후에 공기를 빼내고 압축 성형기에 넣습니다. 그 결과 경화가 된 고무 덩어리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낸 다음 연마하면 코어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 코어 위에 수지 레이어를 입힙니다. 이후 플라즈마 공정을 거친 다음에 사출 금형 틀에 넣어 우레탄 커버를 입힙니다. 마치 호도과자 만들듯 찍어내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일단 쓰리 피스 골프공의 모양은 갖춰진 셈입니다. 물론 끝은 아닙니다. 연마, 세척, 코팅, 도장 등의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 모든 단계를 통과하여 품질검사까지 마친 골프공만이 포장되어 시장에 내놓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출처: 스포츠 빅데이, 2012년 05월 15일자, 7면 '스승의 날 선물 특집')

12. '행운의 수레바퀴' 잘 돌리는 법에 관하여

  인생 뭐 있겠습니까? 레버를 잡고 돌리는 거죠. 힘껏!

13. 사례 연구 5 - 만 6세 아흐메디 아두디 (Ahmed Adoodie) 어린이에 관하여.

1차 지망: 축구선수
행운의 수레바퀴: 칩 서른개

  아흐메디 아두디 어린이의 꿈은 스포츠 스타였다. 에세이를 통해 아흐메디 어린이는 자신이 스포츠 스타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밝혔다. 타고난 운동신경에 근성과 열정, 그리고 적당한 쇼맨쉽 - 누구도 반박할 근거를 찾지 못할 터였다. '키드니아'에 오기 전부터 동네에서 운동으로 이름 날렸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흐메디 어린이의 체격과 체력과 운동신경은 나이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비공인 기록이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인근 릴라초등학교의 스카우터의 말이다. 하지만 '키드니아'에 들어오는 과정이 다소 순탄치가 못했다. '행운의 수레바퀴'를 썩 잘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잘 돌린다고 잘 돌려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랬다. 화살표는 쓸쓸하게도 칩 서른개를 가리켰다. '행운의 수레바퀴'의 표준 분포를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가 아니지만 그의 꿈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운동을 하려면 일단 칩이 적당히 있어야 했다. 그건 '키드니아' 안의 세계나 밖의 세계나 마찬가지다. 운동 못하되 칩 있는 놈들은 운동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칩 없고 실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은 아이들은 꿈도 꿔보기 어렵다. 그럼 방법은 아주 훌륭하고 헌신적인 멘토를 만나는 것 뿐인데 (마치 소년 잡지의 연재 만화처럼!), 그런 행운 또한 대개 아주 뛰어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물론 그는 어중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수준으로 평가받는 체격과 체력과 운동신경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흐메디 어린이는 '키드니아' 내 축구리그 합동 트라이 아웃에 참여했다. 기회는 세 번. 골키퍼가 되어 상대의 세 번 슈팅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보는 테스트였다. 경기장 바깥 쪽에 자리한 축구단 감독과 스카우터 및 관계자들이 흥미롭게 진행 과정을 지켜보았다. 페널티 마크에는 특별 출연으로 반 니스텔루이가 나왔다. (본래 '키드니아'의 모든 일에 성인들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초대 손님으로 초청된 경우는 예외라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담. 그 사이 첫 번째 슛이 날아왔다. 아흐메디 어린이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두 번째 슛이 날아왔다.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려 피하고 말았다. 이윽고 세 번째 슛이 날아왔다. 엄마야. 방귀가 삐질 나왔다. (덤으로 세금고지서요!) 삐빅. 휘슬이 울렸다. 만 여섯살에게 반 니스텔루이의 슛을 받으라니! 도대체 누가 이 트라이 아웃을 통과하겠는가? 아흐메디 어린이는 당연히 탈락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개중에는 붙은 애들도 있었다. 물론 그 애들이라고 반 니스텔루이의 슛을 막았을리는 없을 것이다. 각 구단의 대변인들은 "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아흐메디 어린이는 가능성을 인정 받지 못했다. 무려 초등학교 3학년 수준으로 평가받는 체격과 체력과 운동신경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흐메디 어린이에게 남은 선택은 골프공 공장에 취직하는 것 뿐이었다. '키드니아'의 많은 어린이들이 그러하듯이. 입고 먹고 자고 싸고 방구세를 내기 위해. 그 대목에서 뜻밖의 길이 열렸다. 그의 체격과 체력과 운동신경을 높이 산 공장장이 어린이 사설 경비대원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어린이 사설 경비대원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 공장을 위협하는 외부의 불의 세력 및 내부의 불순반동 세력에 맞서서 공장을 지켜내고 공장의 라인이 멈추지 않게끔 싸워 지켜내는 것이다. 외부의 불의 세력이란 누구인가? 골프 인기에 찬 물을 끼얹은 타이거 우즈나 테드 비숍, 렉시 톰슨 등이 있겠지만 그런 양반들을 골프공 공장 경비대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역시 만만한 것은 결국 공장 내부의 불순반동 세력이 되겠다. 공장 직원들 중 상당 수가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 중 몇몇이 그 불만을 행동으로 옮길 의지까지 가지고 있는 시한 폭탄과도 같은 정국. 그들의 집단 행동을 사전에 분쇄하는 것이 바로 아흐메디 어린이가 할 일이었다.

  2012년 8월 8일. 골프공 공장 어린이들 일부가 조직화된 움직임을 보일 기미가 드디어 포착되었다. 모든 거사가 그렇듯 입장이 확실하지 못하고 심지가 굳지 못한 몇몇이 일찌감치 투항하면서 흘러나온 정보다. 아흐메디 어린이는 거사를 제압하기 위해 어린이 용역업체 직원들을 치킨집 ‘살로만 류수디’에 모아놓고 든든히 고기를 먹였다. 각목, 쇠파이프, 통파, 마체티, 그리고 야구 방망이를 나누어 들고 그들은 저들의 거사보다 한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아차, 하는 사이에 치고 들어가 죄다 때려눕혔다. 야구 방망이 끝에 느껴지는 쾌감이 짜릿했다. 정보가 정확했던 덕분에 제압에 십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가담자를 색출하여 전원 공장 지하실에 감금했다. 딕시 노머우스 (Dixie Normous) 공장장 어린이는 아흐메디 어린이의 노력을 치하했다. 공장의 최대 투자자인 크리스 P. 베이컨 어린이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크리스 어린이는 아흐메디 어린이에게 ‘크리스 P. 베이컨 장학재단’의 일자리를 제안했다. ‘크리스 P. 베이컨 장학재단’이 보유 중인 주택에 세들어 살면서 집세를 지불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강제 퇴거 조치하는 일이었다. 조건도 좋고 명예로웠다. 비록 원하던 스포츠 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신은 아흐메디 어린이에게 또 다른 길을 준비해두셨던 것이다. 역시. 실력만 있다면 취업난은 두렵지 않군! 아흐메디 어린이는 뿌듯함에 벅차오름을 느꼈다. 
(출처: 키드니아 잠입 취재기, 키드니아 운영위원회, 닫힘원, 2011, pp.308-310)

14. 사례 연구 6 - 만 5세 아이마 벗페이스 (Ima Buttface) 어린이에 관하여

1차 지망: 연예인
행운의 수레바퀴: 칩 백개

  '키드니아'에 입소하는 어린이들 중 연예인을 하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관련 조사 자료에 따르면 놀랍게도 59.5%입니다. 열 명 중 여섯 명 가까운 어린이들이 연예인 되기를 꿈꾸며 '키드니아'에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이 아이들은 '키드니아'를 나가 현실로 돌아가서도 연예인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마 벗페이스 어린이 또한 연예인을 꿈꾸며 '키드니아'에 들어왔습니다. 에세이도 그렇게 써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 되기는 '행운의 수레바퀴'보다 더 확률 낮은 게임입니다. 아이마 어린이가 연예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하는 동안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습니다. 입고 자고 먹고 싸고 방구세 내느라 칩은 점점 더 줄어갔고 반대로 점점 나이는 먹어갔습니다. 만 여섯살이 되면 사실상 이 바닥에서 미래를 기약하기는 어려울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 바닥 생리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노래 못하는데 가수가 된 아이들, 연기 못하는데 배우가 된 아이들, 유머 감각 없이도 개그맨이 된 아이들, 진행 못하는 데 엠씨가 된 아이들, 노래와 연기와 유머와 진행 모두에 재능이 없는데도 가수 겸 배우 겸 엠씨가 된 아이들. '키드니아' 바깥 어른들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이 안에서도 능력 순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님이 확실했습니다. 

  아이마 어린이는 일 년만에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골프공 공장에서 도장 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라인 하나 건너 한 명이 연예 지망생일 정도로 공장에는 아이마 어린이와 비슷한 사연을 안고 흘러오게 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룹이 형성되었습니다. 수요일마다 일 끝나고 모여 비보잉을 연습하는 ‘보잉 747’이라는 모임이었습니다. 아이마 어린이를 비롯한 이들은 이들 나름대로 현실 저 편으로 미뤄두었던 꿈을 다시 맛보고 있는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공장 관계자들의 눈에는 조금 묘하게 보였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공장장 사오정 어린이를 비롯하여 누구도 노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치 유니콘이나 그리핀처럼 말입니다. 아주 사악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또 철저하게 조직화된 단체라고도 들었습니다. 그들의 눈에 ‘보잉 747’은 고도로 조직화된 단체처럼 보였습니다.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조직 바깥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의 회합을 자주 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결단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집단 행동의 조짐이 보였던 것입니다. 공장장 딕시 노머우스 어린이는 사설 경비대원 어린이를들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전에 음모를 봉쇄하고 본보기를 보여주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흐메디 어린이와 그 똘마니들이 각목, 쇠파이프, 통파, 마체티, 그리고 야구 방망이를 들고 ‘보잉 747’ 연습실을 급습하던 순간, 아이마 어린이는 자이브를 연습 중이었습니다. 양팔을 좌우로 넓게 벌리고 4분의 4박자로 스텝을 밟으며 히프를 흔들다가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쓰나미처럼 밀려 들어오는 용역 경비원 어린이들의 함성 사이로 뭔가가 머리를 내리 찍을듯 날아오기에 황급히 팔을 들어 막았습니다. 아이마 어린이는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부디 자기 머리를 향해 날아온 것이 마체티가 아니었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출처: 미상)

15. '키드니아'의 엄격한 제한 사항에 관하여


  키드니아에선 모든 자유가 허용됩니다. 뭐든 원하면 저마다 하기 나름에 따라 이룰 수 있습니다. 적어도 막진 않습다. 다만 두 가지만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키드니아 운영 당국 및 우리 시스템 그 자체를 비난해선 안됩니다. 만약 이에 따르지 않아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강제 추방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둘째 어린이 여러분의 신장 보전에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음주를 비롯 커피, 담배, 동물성 지방 섭취 등이 해당됩니다. 맵고 짜게 먹는 것도 권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건강식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신장에도 좋습니다. 자연식 위주로 드십시오. 과일과 녹황색 채소, 그리고 섬유소가 많은 해조류를 권해드립니다. 보통 하얀 음식이 신장에 좋지 않고 (흰 쌀, 흰 밀가루, 흰 설탕, 흰 소금, 흰 조미료) 검은 음식이 신장에 좋다고 하니 (검은 깨, 검은 쌀, 검은 콩)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 사회의 미래는 어리이 여러분들이고 어린이 여러분들의 미래는 신장에 달려있으니까요. 신장을 소홀히 여기는 어린이 여러분 또한 강제 추방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니다. 
(출처: 키드니아 생활백서 - 긴급공지 편, 키드니아 운영 위원회, 키드니아 출판부, 2011, pp.383-384)

16. '키드니아'의 황당한 몰락에 관하여 - Part 1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로 유명한 '키드니아',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키드니아'를 만든 주)수잔손테크의 대표 휴 잭스(46) 씨가 오늘 오후 여덟시 경찰에 긴급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초대졸씨는 '키드니아'에서 어린이들에게 직업 훈련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부당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열악한 조건에서 제대로 된 보수도 지불하지 않고 공장 일을 시켰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맞지도 않는 250에서 290 사이즈의 운동화를 왜 만들고 있는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실물 경제가 돌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고 합니다. 이 운동화들은 '키드니아' 바깥으로 흘러나와 일부 대형할인마트에 납품되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운동화 외에도 일부 의류나 짝퉁 명품 가방, 심지어 골프공까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시중에 유통되었다고 하여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골프공 공장의 경우 ‘키드니아’에 입소한 어린이 열명 중 아홉명이 일했거나 지금도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골프공은 ‘키드니아’ 밖으로 운반되어 골프웨어 전문점에 공급되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케이샤 디야 (Casey Deeya) 기자입니다. 
(출처: 비비빅 뉴스, 두시간 빠른 일곱시 뉴스, 2013년 9월 12일)

17. '키드니아'의 황당한 몰락에 관하여 - Part 2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로 유명한 '키드니아'의 휴 잭스 대표가 어제 체포되었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요. 심지어 휴 잭스씨가 '키드니아' 회원 어린이들의 신장을 몰래 빼내어 암시장에 팔아 넘기는데 관여했던 주장이 제기되어 파문이 예상됩니다. 잭스 씨는 '키드니아' 안에서 먹고 살기 궁해진 어린이들을 상대로 신장을 팔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수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잭스 씨의 꾀임에 넘어갔던 어린이는 이제까지 열두 명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키드니아’ 내 어린이 수사대와 공조하여 추가 피해자를 찾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상 '키드니아' 정문에서 비비빅 뉴스, 케이샤 디야 (Casey Deeya) 기자입니다.
(출처: 비비빅 뉴스, 두시간 빠른 일곱시 뉴스, 2013년 9월 13일)

(2012년 06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