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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2078년 신춘문예 당선작

낙농콩단/Season 11-15 (2011-2015)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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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등단제도 신춘문예가 드디어 150주년을 맞았다. 본지, 대질신문의 신춘문예도 어느덧 60돌을 맞게 되어 어느 해보다도 의미있는 공모가 되었다. 단편소설, 장편소설, 시, 시조, 희곡, 시나리오, 동화, 문학평론, 음악평론, 영화평론 등 10개 분야에 걸쳐 총 3,800만원의 상금이 걸린 본 공모에는 한국문학의 희망이 되고자하는 꿈을 품고 전국에서 2,759명의 응모자가  13,876편의 작품으로 도전을 하였다.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심사위원들 또한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출품되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보름에 걸친 1차 심사 끝에 349편의 작품이 추려졌고 다시 철통 보안 속에 보름에 걸친 2차 심사가 진행되었다. 가장 많은 79편의 출품이 이루어진 장편소설 분야에서는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아무개의 <헬비언트 라운지 빈백 쇼파 - 레드색>, 곽아무개의 <짜증 제대로>, 최아무개의 <신난카드 2퍼센트 추가 할인>, 박아무개의 <신랑이 많이>, 이아무개의 <엄중한 항의>가 500만원 상금을 수령할 그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본지 심사위원단은 3박 4일 합숙 끝에 다섯 작품 모두에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기기로 결정하였다. 다섯 작품 모두 자격이 충분하다. 140자 이상 써내려가기 힘겹기만 한 이 시대에 장문의 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등단의 기쁨을 맛보신 당선자들께서는 더욱 정진하시여 본 공모의 권위와 전통을 이을 왕성한 활동을 하시기를 기대한다.

 

당선작 1. 헬비언트 라운지 빈백 쇼파 - 레드색


  어떻게 설명드리면 좋을까요? 이 쇼파는…… 짱입니다. 너무 좋아요. 너무 마음에 듭니다. 13년 6개월 4일 전부터 찍어두었던 아이인데 이번 가을 특가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였답니다. 이런게 바로 득템이죠. 구성은 쇼파 완제품 하나로 되어 있고요 구입하실 분은 있는 그대로 구입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색상도 레드색, 블루색, 그린색, 초코색, 크림색, 블랙색 등 다양한데 저는 레드색으로 정했지요. 레드색이 아닌 다른 제품은 모르겠어요. 앉아보지 않아서요. 저는 레드색을 추천드립니다. 레드색이 다른 색상보다 좋은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볼 때보다 화사하기도 하고요. 혹시 다른 색상을 구입하시고 마음에 안드셨더라도 저를 원망하지는 마세요. 저는 레드색만 사용해 보았으니까요.

  아시다시피 빈백 소파입니다. 두툼한 천 안에 충천재를 가득 채웠다는 뜻이지요. 충전재는 발포 폴리스틸렌이라고 합니다. 쇼파를 열어 안쪽을 들여다보시면 작은 공모양의 알갱이가 보이는데 그게 바로 발포 폴리스틸렌입니다. 폴리스틸렌을 잘 아시는 분들도 발포 폴리스틸렌은 처음 보실텐데요. 쇼파가 푹신하도록 가득 채워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이 제품은 영국 명품입니다. 앉을 수 있어서 좋고. 않으면 다리가 아프지 않아서 더욱 좋아요. 

 

* 심사평: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경계선의 미학 (문학평론가 박유범)
* 당선소감: 그런데, 댓글 학원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당선자 김아무개)


당선작 2. 짜증 제대로


  상품 좋고 포장 튼튼하니 잘 되어왔고 만족합니다. 그러나 배송이 정말 짜증나네요. 분명 사람이 집에 있었는데도 경비실에 맡기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올라오지도 않았고 벨을 누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집에 하루 종일 있었기 때문에 단 일 분도 밖에 나간 적이 없기 때문에 백프로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올라오지도 않고 경비실에 던져 놓고 사라질 거라면 도대체 왜 '부재시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따위의 메세지를 적으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경비실에 맡기려면 최소한 맡기고 전화라도 한 번 줘야하는 게 아닙니까? 전화를 못주면 문자 메세지라도 남겨야 하는 게 아닙니까?

  더 짜증이 나는 건 배송에 하루나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제주도 및 도서산간지역이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여섯 시간 안에 모든 물건이 배송되는 이 시대에 하루를 꼬박 채워 도착했으니 제가 화가 안 나게 생겼습니까? 분명 오픈 평균 배송일은 0.2일로 되어 있었습니다. 원래 이런 식입니까? 아니면 조작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로뎅택배의 문젭니까? 설마 나중에 잡아 떼실까봐 배송정보를 캡쳐해 두었습니다. 간단하게만 요약하겠습니다. 10월 19일 17시 45분 제가 해당 물품을 주문 및 결제하였습니다. 이후 진량대리점에 예약접수가 들어갔는데 그 정확한 시간을 알 수가 없습니다. 집하시간은 같은 날 11시 25분으로 찍혔습니다. 셔틀발송은 그보다 약 네 시간 뒤인 3시 13분으로 찍혔습니다. 대구터미널에 3시 37분에 도착했으며 서울동부터미널에 5시 12분에 도착했습니다. 그로부터 2시간 25분 후에 관할 대리점에 도착했고 조동팔씨라는 로뎅택배 기사님이 배달을 시작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실에 물건이 도착한 것은 17시 06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일일이 지적할 수도 없습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어느 놈의 잘못인지 분명하게 확인해보고 바로 잡기를 바랍니다. 만약 로뎅택배가 문제라면 다른 택배사 이용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상품은 잘 받았습니다. 아직 개봉하지 않아서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 심사평:  탈주하는 윤리의 심층적 이면, 혹은 시대의 비극과 역설의 변증법 (문학평론가 유석미)
* 당선 소감: 산고의 연속이었다. 고통도 중독인가 보다. 이제 많이 쓰겠다. 더 아프고자 한다. (당선자 곽아무개)



당선작 3. 신난 카드 2퍼센트 추가 할인

상품 금액 31,050원
즉시 할인 6,050원
장바구니 쿠폰 할인 500원
보너스 쿠폰 할인 410원
신난 카드 추가 할인 (2%) 621원
마일리지 사용 130원
포인트 사용 1,100원

최종 결제 금액 [신용카드] 22,239원

 
* 심사평: 재앙과 폐허의 복판에서 인류학적 지층을 첨예하게 파헤치는 무중력의 서사 (문학평론가 유소민)
* 당선 소감: 이제 끝났다. 완전 지쳤다. 오늘 지른다. (당선자 최아무개)



당선작 4. 신랑이 많이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신랑이 많이 좋아하네요.

 

* 심사평: 아름답고 정교하다. 뉴웨이브 내간체 글쓰기의 신선한 미학 (문학평론가 최돈호)
* 당선 소감: 신랑이 정말 많이 좋아하네요 (당선자 박아무개)


당선작 5. 엄중한 항의

덜 떨어진 몽고증 환자 23번가 서비스 담당자 귀하,

  우리는 국내 최고의 오픈 마켓을 자처하는 23번가라는 이름의 사이트로부터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용도를 밝힐 수 없는 종류의 성인 크기의 인형을 주문하였습니다. 문제는 본인이 '그 물품'을 수령하여 '그 물품'을 지극히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보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 물품'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발견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귀하께서 조금 더 자각이 있는 분이시라면 '그 물품'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굳이 구체적으로 묻거나 따지지는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그것은 위압적이면서도 혐오스러웠습니다. 과연 '그 물품'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디자인된 것인지 의문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분주하고 역동적인 소비생활의 영위에 있어 참담한 실패를 맛본 본인의 유문은 또다서 꽉 틀어 박혀 다시 열릴 의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유문에 대한 귀하의 의학적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물론 거의 백치에 가까우리라 짐작합니다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히 심각한 상황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본인은 이 문제의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23번가의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덜 떨어지고 미숙하며 실패작에 가까운 유년기를 보냈음이 틀림없는 귀하의 서비스 담당 직원은 (그 도도하고 건방진 여자의 이름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흑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만큼 불유쾌하고 심신의 균형을 흐트러트리는 목소리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은 기억합니다. 참고로 어제 오후 3시 15분 경이었습니다. 찾아내시라 믿습니다) "전적으로 해당 업체와 구매자분 사이의 문제이며 상품 기능에 대한 오주문에 대해서 23번가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아둔하고 무책임한 답변을 12회에 걸쳐 앵무새처럼 반복하였습니다. 그녀의 두뇌 용량이며 유효 밀도가 조류의 그것과 자웅을 겨루고도 남으리라는 본인의 가설이 입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그 물품'의 용도와 관련하여 구체적이면서도 무례한 질문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토록 온유한 천성의 소유자인 본인조차 통렬한 비판의 언어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어제 오후 3시 15분부터 4시 25분 사이 항의 전화를 받다 질질 눈물을 쏟았던 직원을 색출하시면 제가 겪어야 했던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단서를 얻으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귀하께서 문제의 요체를 파악할 능력의 소유자일지 의문이 듭니다. 어쩌면 취향과 품위를 결여하고 있는 위의 여직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황폐한 세계 속에 스스로를 유폐시킬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은 본인이 제시한 문제와 관련하여 23번가 및 귀하의 신속하고 즉각적인 대처를 주문하고자 합니다. 만약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그 물품'을 이대로 방치하고 본인의 피와 땀을 환불해주시지 않는다면 귀하와 귀하의 콜센터 직원과 귀 사이트의 가엾고 부실한 어깨에 말가죽 채찍이 내리 꽂히는 참담한 고통을 맛보게 되실 것입니다. 부디 현명하게 처신하시길 충고합니다.

 

심사평: 부유하는 존재의 무게, 불협화음의 정교한 대위법, 충일적 절대불변의 형질변환 (문학평론가 초대졸)
당선 소감: 제 벨탄샤웅을 사람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심사위원님들도 좀 아셔야 한다. (당선자 이아무개)

 

*


  시상식은 29일 목요일 오후 여섯시 서울 중구 장충동의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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