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돼지 저금통
김영준 (James Kim)
그는 시멘트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벽은 한 번도 덥혀져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차가웠다. 얇은 셔츠를 넘어 냉기가 스믈거리며 넘어왔다. 오한이 일었다. 휴. 그는 짧고 조심스럽게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직은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었다. 보스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를 잡아 쓰러 뜨리고 커다란 칼로 배를 가를 때까지. 멀리에서 손전등 불빛이 아른 거렸다. 점점 가까워졌다. 그를 향하여 다가왔다. 다시 숨이 막혔다. 추위에 몸이 떨리고 있음에도 총의 그립에는 축축하게 땀이 차올랐다. 오른손으로 힘이 들어갔다. 트리거를 걸고 있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에는 경련이 일었다. 여차하면 주저없이 당겨야 할 것이다. 생각을 하면 늦었다. 그러니 생각없이 쏴야했다. 상대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