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5. 민주주의는 이래서 안된다
김영준 (James Kim)
실수였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아무 미용실에나 들어가는 게 아닌데. 남성 커트가 단 돈 오천원이라는 대단히 매력적인 사실에 혹해서 들어간 그곳에서 나는 가위보다는 입을 더 많이 놀리는 미용사 언니, 아니 아주머니를 만났다. 개인적으로 미용사라면 마땅히 화려한 입담보다는 화려한 가위질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전직 만담가였는지, 아니면 취미로 샵을 운영하는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용사의 상에 그리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딴은 그렇다. 나는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고 (요즘 평균 이발비보다 이천원에서 삼천원 더 저렴하였다) 원하는 대로 머리만 다듬는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미용사 말수의 많고 적음은 사실 크게 상관이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