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바닐라 코카콜라
김영준 (James Kim)
이 일을 오래 해왔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상대를 만났다는 두려움이 들 때 그렇다. 지금도 그렇다. 이런 충격적인 광경은 평생 본 적이 없다. 현장에 들어 선 순간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후아, 지저분하게도 놀았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파트너의 과장된 탄식을 뒤로 하고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았다.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테스트 종이를 내밀어 널부러져 있는 알루미늄 캔의 마개에 묻어 있는 까만 액체를 적셨다. 그리고 그것을 혀 끝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대어 보았다. 예상대로였다. 오렌지 바닐라 코카콜라. 나는 조용히 파트너를 돌아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가진 재주는 맛으로 코크를 감별하는 능력이다. 한 방울만 혀 끝으로 맛보면 코카콜라, 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