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채식주의자
김영준 (James Kim)
서로인 유한책임회사 고객지원팀에 새로 들어온 바브 E. 큐 (Barb E. Cue)를 두고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늦은 겨울 무렵이었다. 요는 그가 채식주의자라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여러분이 아셔야 할 사실이 있다면 케레혼(Kerehwon)이 육식 문화가 대단히 발달한 나라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발달했다’라는 말은 비단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차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육식이 사회 구성원간의 약속으로 그 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유지하는데 긴밀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식문화에 있어 다양한 담론과 관용이 대두하게 된 21세기로 접어든 시점에서조차 케레혼 사람들은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들은 고기가 삶과 사랑과 일을 추동할 힘을 준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