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두고보자 마산댁
김영준 (James Kim)
세상에는 존재만으로도 다른 이를 압도하는 사람이 있다. 이를테면 마산댁처럼 말이다. 남자는 처음 그녀를 마주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용수철처럼 곱슬거리는 파마머리에, 음향대포처럼 강력한 웃음소리에,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꿈틀거리는 입꼬리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의 형상을 지닌 눈초리에, 폭풍처럼 휘날리는 무지개색 월남치마에, 더 이상 잃을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을 정도다. 종종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용솟음치는 고수의 기에 눌려 자기도 모르게 움찔 뒷걸음질치는 하수들이 나온다. 심지어 고수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어떤 짓을 할 의도조차 없었는데도 말이다. 당시 남자의 기분이 딱 그랬다. 움찔하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가능하기만 했다면 정말 꽁지가 빠져라 도망갔을지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