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 물 위의 작은 배
김영준 (James Kim)
배는 마을 위를 흘러갔다. 탈탈거리는 모터가 달린 작은 배다. 작은 배지만 엄연히 선수(船首)부가 있고 선미(船尾)부가 있으며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상부 갑판이 있다. 배의 측면에는 '(주)대한해운'이라는 글자가 노란색 페인트로, '돌핀 19호'라는 글자가 검은색 페인트로 각각 새겨져 있는데, 세월과 물살의 힘으로 조금 많이 벗겨져 나간 상태다. 열 명 남짓의 승객을 태운 돌핀 19호는 탈탈거리며 마을 위를 미끄러져 나간다. 사람만 전부해서 열이니 작은 배지만 그리 작은 배는 아니다. 그 중 기관실 너머 배의 뒤쪽 갑판에 세 명의 남자가 있다. 그들은 물을 내려다본다. 배로 인해 좌우로 갈려진 물살이 우유처럼 하얀 거품을 내며 보글거린다. 세 남자의 이름은 각각 광선유(廣宣流), 지대공(地對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