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 앤 더 머신 - High as Hope (2018) B평
김영준 (James Kim)
어쩌면 2010년대의 대중음악계에는 세기말보다도 더 세기말적인 음악이 양적으로 (또 물론 질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세기말적 음악은 문명과 사회에 대한 염세와 회의가 주를 이루었던 반면에 오늘의 세기말적 음악은 권태와 허무에 관한 보다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경험을 다룬다. 따라서 전에 없이 넓은 범위의 대중 음악으로 파고들었고, 실상 현존하는 거의 모든 장르에 이런 경향의 음악이 일정 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지 분율의 문제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종말 삼촌 톰 요크, 종말 여친 라나 델 레이, 종말 여동생 빌리 아일리시, 종말 당숙 본 이베어, 그리고 종말 처제 플로렌스 웰츠, 기타 등등. 과거 절망과 무기력을 노래하던 이들은 모두 하나의 카테고..